각종 인사 잡음으로 중단됐던 공기업 인사가 두 달 만에 재개됐다. 수장(首長)이 없어 중요한 업무가 중단상태였던 금융, 에너지 부문 공기업을 필두로 공모 절차 진행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요직에 대거 기용된 금융연구원 출신 인사들 공기업 사장 인사에서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등 정부의 '낙하산 배제'약속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30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은 이달 초 취임 직후 전임 비서실장이 올린 공공기관 인사 방안을 전면 재검토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미 공모를 시작했거나 임원추천위원회 등이 소집되는 공공기관은 사실상 청와대 재가가 떨어진 상태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6월 관치 논란으로 잠정 중단된 신용보증기금 한국거래소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사장 인선작업이 재개됐다.
신용보증기금은 다음달 3일 신임 이사장 선임을 위한 1차 임추위를 열고 다음달중 최종 후보 3명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거래소 이사장 공모절차도 두 달 반 만에 재개됐다. 거래소는 다음달 5일 이사장 후보를 선정할 임추위를 재구성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29일 임추위를 열어 압축 후보자 4명 명단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재개된 공기업 사장 선임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공언했지만,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눈에 띄기 때문이다. 신보 이사장으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서근우 금융연구원 기획협력실장이 대표적이다. 서 실장이 이사장으로 선임되면 금융연구원 출신이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이어 공기업의 요직까지 진출하게 된다. 금융연구원은 새 정부 출범 후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서정호 금융감독원 자문관을 배출한 데 이어 지난달 19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장 출신인 이건호 국민은행 부행장이 국민은행장으로 선임됐다. 당시에도 정책연구 기관이 금융관료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금융권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관치금융' 논란이 일었다. 이상제 금융위 상임위원, 임형석 국제협력관, 서정호 금융감독원 자문관, 지동현 KB국민카드 부사장 등이 금융연구원에 몸담았던 인사들이다.
이날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인 광주은행의 차기 은행장으로 김장학 우리금융 부사장이 선임된 것을 두고도 잡음이 일고 있다. 다음달부터 매각일정이 본격화되는 광주은행 노조는 차기 은행장으로 광주은행 출신을 선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낙하산 요람'으로 불리는 거래소 이사장 선임도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6월 실시된 공모에는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 임기영 전 대우증권 사장 등 11명이 지원서를 냈지만 최 전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한수원 차기 사장으로는 조석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 유력하고, 보험개발원장에는 김수봉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물망에 올라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임기가 1년 남은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이 이날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방문해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후임 이사장으로는 홍영만 금융위 상임위원이 거론되고 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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