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Cover Story] WP 인수한 '괴짜' 베조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Cover Story] WP 인수한 '괴짜' 베조스

입력
2013.08.30 18:31
0 0

수명 1만년 짜리 시계가 미국 서부 텍사스 산악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1년에 한 칸씩 가는 연침(年針)이 1,000칸을 가서 1,000년 침이 한 칸을 갈 때마다 뻐꾸기가 울게 될 이 시계 제작에 제프 베조스는 4,200만달러(약 466억원)를 투자했다. 이 시계는 베조스 자신이 강조해 온 '장기적 사고'의 상징이다.

2011년 펜실베이니아주에 폭염이 덮쳤다. 업체들은 창고에 에어컨을 설치하거나 직원들을 쉬게 했다. 하지만 이곳에 물류창고를 둔 아마존은 창고 앞에 구급차를 대기시켰다. 지역 일간지 모닝콜에 따르면 아마존 직원 15명이 더위에 쓰려져 병원에 실려갔다. 이후에야 아마존은 창고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두 일화는 창의적 괴짜 천재 베조스의 면모와 냉혹하고 가차없는 경영자로서의 면모를 짐작하게 한다.

베조스의 우주를 향한 열정은 유명하다. 그는 자비로 탐사팀을 꾸려 올해 3월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우주선 아폴로 11호의 로켓 엔진 잔해를 대서양 심해에서 건져 올렸다. 1969년 다섯 살 때 TV로 아폴로 11호의 발사장면을 지켜봤다는 베조스는 "불을 뿜는 엔진은 내게 과학 기술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어줬다"며 "다음 세대에게도 이런 경험을 전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고교 시절 졸업생 대표 인터뷰에서 "우주에 호텔, 놀이공원, 정착촌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 베조스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2000년 우주항공업체 '블루오리진'을 설립했고, 2011년 시험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베조스는 장기적 관점을 강조하지만 일상에서는 시간낭비를 혐오한다. 그는 직원들의 얘기가 필요 이상 길어지면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이메일을 쓰거나 자리를 뜬다. 또 파워포인트가 게으른 사고를 부추긴다고 믿어 회의 때 파워포인트 대신 6쪽 이하의 보고서를 준비하게 한다. 베조스는 직원들을 몰아붙이는 스타일로도 유명하다. 아마존의 한 전직 직원은 "금요일 밤 베조스가 물품 배송이 하루 늦었다는 고객의 이메일을 받은 일이 있다. 팀원 모두가 원인을 찾기 위해 밤을 새서 운송 적재 단계에서 30초 오차를 발견한 적도 있다"고 WP에 말했다.

언론사주가 됐지만 베조스는 그 동안 언론을 꺼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는 신제품 출시 등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인터뷰도 마다했다. 소설가인 부인 매킨지와 네 자녀를 둔 그는 가족에 대한 취재에도 응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아마존은 킨들이 얼마나 팔렸는지 등 기본적인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는다"며 "아마존은 국가안보국(NSA)보다 공개되는 정보가 적다"고 전했다.

베조스는 그 동안 또렷한 정치적 입장을 보여주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부인과 함께 워싱턴주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단체에 250만달러(약 28억원)를 기부한 정도가 눈에 띄는 기부였다. 베조스는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 모두에게 기부금을 낸 적이 있지만 그의 재산에 비하면 큰 액수는 아니었다. WP는 미국 30대 부자의 기부 성향을 분석한 경제학 저널을 인용, 베조스의 정치적 입장은 가운데서 약간 왼쪽에 있다고 전했다.

류호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