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업계에 진정한 디지털 네이티브가 진입했다. 베조스는 신문이 어떻게 디지털에 적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미디어 전문가 앨런 머터는 아마존닷컴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워싱턴포스트(WP) 인수를 두고 자신의 블로그에 저렇게 썼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매체에서 일해온 그는 자타공인 '실리콘밸리에서 식자 조판이 가능한 유일한 전문가'다.
머터의 저 대범한 전망은, 경쾌한 확신의 어조에도 불구하고, 세계 신문업계의 힘겨운 현실과 내일의 불안을 가려주진 못했다. 오히려 어떤 신문도 디지털 환경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지 못한 채 속수무책 버텨오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냈다. 대신 그의 덕담은 시대를 풍미한 한 거인의 좌절에 따른 감상(感傷)을 눅이는 데는 기여했다.
현재 수많은 신문업계 종사자들은 머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기대를 부적처럼 품고서, 아직 꿈쩍도 않는 베조스의 심중을 염탐하느라 분주하다. 과연 베조스는 신문의 구세주일 수 있을까? 과연 신문의 황혼을 밝혀줄 르네상스의 빛이 될 수 있을까?
베조스는 천재적 디지털 경영인이다. 그는 '아마존'유통군단으로 전미 도서시장을 단숨에 뒤엎었다. '아폴로 키드'인 그는 우주선이 아닌 전자책 '킨들'로 인류를 구텐베르크 은하계의 끝에 성큼 다가서게 했다. 그가 이룬 화려한 디지털 혁신은 냉혹한 경영자로서의 면모마저 사소한 듯 밀쳐두게 했다.
지난 해 11월 베조스는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년 내에 종이신문은 사라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WP는 그 변화의 전위에 설 것이고, 세상은 그 변화를, 그의 등장처럼 벼락같이 맞이하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인류는 '자동차가 나오자 마차 없이 사는 법을 배운 것처럼' 종이 신문 없는 세상에 적응하게 될 것이다. 사실은 변화는, 그리고 적응도, 이미 시작됐다.
우리는 베조스의 다양한 얼굴을 그의 행적과 인터뷰 등을 통해 살폈다. 또 그의 예상 가능한 실험과 도전을, 신문의 미래에 대한 전문가들의 희망적ㆍ냉소적 전망들을 모았다.
● 디지털 네이티브 (Digital Native)
컴퓨터, 인터넷 등 디지털 환경을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접해, 디지털 언어와 장비를 모국어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세대. 미국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가 개념화한 용어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지 않은 디지털 이주민(Digital Immigrant)과 대비된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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