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이다. 한국일보가 단독 입수해 30일 보도한 통합진보당 인사들이 주축인 지하혁명조직의 5월12일 회합 녹취록을 보면, 이들이 과연 우리 국민인지, 북한 추종세력인지 의심스럽다. 강연자로 나선 이석기 진보당 의원은 "전쟁을 준비하자"며 "정치 군사적 준비체계를 잘 갖춰 물질ㆍ기술적 토대를 굳건히 해야 한다"고 했고 참석자들은 우리 정부를 '적'으로 지칭했다. 권역별 토론에서는 총기 준비, 국가기간시설 파괴 등이 논의됐다. 이게 사실이라면 진보당이 대한민국 정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보당은 국가기간시설 파괴와 총기 마련 모의가 전혀 없었다며 녹취록은 날조됐다고 반박했다. 회합을 주도한 김홍렬 경기도당 위원장은 "당시 한반도의 전쟁 분위기가 최고조에 올라 있어 전쟁반대 평화실현을 위해 의견을 나눈 자리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당초 녹취록 전문이 아닌 일부가 흘러나왔을 때 진보당 관계자들은 녹취록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가 이제는 이를 인정하되 내용이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보당의 부인과는 별개로, 녹취록만으로 내란음모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형법 전문가들의 견해도 있다. 형법상 음모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범죄결심을 외부에 표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으로 범죄실행을 위한 준비행위라는 것이 명백히 인식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이를 적용한다면 총기 확보와 기간시설 파괴 언급이 있었다는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누가 이를 준비하고 실행계획은 언제까지 마련한다는 식의 모의와 지시가 있어야 내란음모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당국은 녹취록 외에도 음성ㆍ동영상 파일도 확보돼 있고 다른 물증도 있다고 말한다.
내란음모죄가 맞는지, 아니면 국보법 위반인지, 이도 아니고 과장된 것인지는 추후 수사와 재판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죄의 성격과는 별도로 이 시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바로 진보당의 정체다. 그 동안 진보당이 보여온 체제 부정적 행보, 이 의원을 포함한 경기동부연합 세력의 종북 성향 등에 의구심이 제기돼왔다. 녹취록은 그런 우려를 더욱 깊게 하고 있다. 그들이 국회에 진출한 정당인 이상, 반국가단체나 시대착오적 종북세력이 아니라는 점을 국민에 입증해야 한다. 진보를 가장한 채 변란을 꿈꾸며 북한의 지령을 받는 세력이라면, 이 땅에 있을 이유가 없다. 민주주의가 사상의 자유, 정당결사의 자유를 보장한다 해도 체제 부정과 변란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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