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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가진 1%, 거짓 믿음에 빠져 있는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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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가진 1%, 거짓 믿음에 빠져 있는 99%

입력
2013.08.3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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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 국가의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불평등 격차도 커진다. 더욱 불편한 진실. 불평등 규모가 커짐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아채고 분노하는 목소리는 작아진다. 가장 불편한 진실은 이렇다. 불평등을 인내하는 덜 가진 자들이 가진 것마저 더욱 많이 가진 자를 위해 순순히 내놓고 있다.

'유동적 근대(Liquid Modernity)'개념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 책에서 심화하는 불평등을 참아내고 살아가는 '99%'들에게 부자는 갈수록 더 부유해지고 중산층은 빈민으로 추락해가는 현실에 반기를 들라고 부추긴다. 사회적 기회를 '1%'도 안 되는 기득권이 독차지하고 있음에도 이들이 마치 진실처럼 퍼트리는 '낙수효과(부자가 돈을 벌면 서민도 그 혜택을 본다는 이론)'의 거짓에 눈이 가려진 채 불평등을 참아내고 있는 대다수에게 울리는 경종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여전히 사회 구성원의 행복이 이루는 총합이 클수록 개개인의 행복도도 높을 것이라는 공리주의의 환상에 빠져 살고 있다. 세계개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오늘날 전 세계 인구 최상위 1%의 부자들이 소유한 부의 총합이 하위 50%층에 속한 사람들의 부의 총합보다 무려 2,000배나 많다. 이 외에도 수많은 자료와 연구결과가 갈수록 가장 부유한 사회 구성원들이 케이크의 더 큰 몫을 떼어먹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저자는 이 같은 부조리를 누구나 체험적으로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평의 목소리가 높지 않고 심지어 재벌의 세금을 깎아주고 복지를 축소하는 정당에 계속 표를 몰아주는 기이한 현상의 원인을 우리가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몇 개의 거짓 믿음에서 찾는다. 그가 말하는 새빨간 거짓 믿음은 경제성장이야말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 영구적으로 늘어나는 소비야말로 행복충족의 유일한 방도, 인간 불평등이 자연적이고, 경쟁은 사회정의에 꼭 필요하다는 말 등이다. 부를 거머쥔 소수가 신자유주의 등으로 확산시켜온 이 같은 거짓 믿음을 불평등 희생자들이 오히려 이를 옹호하는 희한한 세상을 만들어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생필품 물가가 치솟아 장바구니가 가벼워졌음에도 '나는 쇼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신념을 품은 채 면세점과 백화점에서 행복추구권을 부르짖으며 카드를 긁는 '99%'들. 오직 이웃보다 한발만 앞서면 행복해진다고 믿으며 거대한 불평등을 지워낸 보통 사람들. 거짓 믿음을 교묘히 진실로 포장해 사람들 머릿속에 심어놓은 부자들뿐 아니라 이에 속아 넘어간 이들도 불평등의 가속화에 일조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바우만은 결국 이들 거짓 믿음을 깨지 못하면 사회적 불평등이야말로 역사상 최초로 인류가 소유할 '영구기관(외부 연료 없이 무한히 움직이는 기계)'이 되어갈 것이라 설명한다. 하지만 바우만은 거짓 믿음의 오랜 고리를 끊어낸다 해도 이미 구조화된 현실의 힘은 막강하기 때문에 불평등을 해소하는 '승리'를 기대하긴 쉽지 않다고 진단한다. 문명이 시작된 이후 줄곧 달려온 불평등이란 이름의 열차가 간단히 멈추길 기대하는 건 설익은 치기라는 의미이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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