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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에 빠지고 매운 음식에 집착하고… 청소년의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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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에 빠지고 매운 음식에 집착하고… 청소년의 성장통

입력
2013.08.3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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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은 통각으로 느끼는 미감(味感)이다. 혀는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네 가지만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매운 맛은 결국 통증이다. 은 답답하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려 야동에 빠져든 길동과 매운 음식에 집착하는 동갑내기 오미령을 통해 매운 성장기를 헤쳐가는 열여덟 청소년들의 통증을 사실적으로 그린 소설이다.

길동은 이삿짐센터 사장이던 아버지가 2년 전 사고로 머리를 다쳐 일곱살 지능으로 떨어지면서 아버지의 보호자가 됐다. 아버지는 자신의 아내를 엄마, 큰 아들을 큰 형, 작은 아들 동이를 작은 형이라고 부른다. 엄마와 형이 치킨가게에 매여 있는 동안 심심하다 싶으면 지붕에 올라가는 사고뭉치 아버지를 돌보는 건 오로지 길동의 몫. 소년은 스트레스로 가득한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밤마다 야동을 찾는다. 그러다 친구의 휴대폰 속에 담겨 있는 어딘가 세상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보이는 동갑내기 미령을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된다. 미령이 운영하는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인터넷 모임 '더 빨강'에 가입하고 미령과 가까워지면서 동이는 야동에 흥미를 잃고 서서히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보이게 된다.

동이가 야동에 빠지고 미령이 매운맛에 집착하는 것은 탈출구가 없어 보이는 생의 막막함을 떨치기 위해서다. 잠시나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도록 스스로 마취하는 현실 도피의 한 방법인 것이다.

억지 감동이나 계도적 요소를 일체 배제하고 현실성에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게 이 소설의 특장이다. 지금껏 청소년소설에서 에둘렀던 청소년의 성욕을 솔직하고 과감하게 다뤄 사춘기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1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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