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World] 중동의 비둘기에서 중동의 싸움닭으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World] 중동의 비둘기에서 중동의 싸움닭으로

입력
2013.08.30 11:00
0 0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요충지에 자리한 나라 터키. 각기 다른 문화의 나라들 틈바구니에서 터키는 몇 해전까지만 해도 매우 성공적인 외교정책을 유지해왔다. 이는 터키가 수년 전부터 고수해온 '이웃 국가들과 아무 분쟁을 만들지 않는(제로 프로블럼ㆍZero Problems)' 외교정책 덕분이었다.

1928년 이슬람교를 국교로 한다는 헌법조문을 삭제한 후 반세기 넘게 아랍국가들로부터 '배신자' 취급을 받아온 터키는 이 정책에 힘입어 중동과의 관계에서 그 동안의 반목과 갈등을 딛고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이란을 포함한 아랍국가들과의 교역이 증가한 것은 물론이고 터키는 아랍계 주변국들과 비자면제 협정도 체결하는 등 밀월관계를 유지했다.

터키는 또한 시리아-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온건 정파인 파타-무장 정파인 하마스,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등 갈등이 깊은 집단 간의 중재 역할을 자임하며 국제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2011년 시작된 '아랍의 봄'이후 신뢰받던 터키의 외교정책이 점차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22일 보도했다. FP는 독재정치에 맞선다는 명분 등으로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해오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무르시를 축출한 이집트 군부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약 1년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집트는 터키의 대 아랍권 외교정책의 핵심이었다.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축출된 후인 2011년 9월 이집트 수도 카이로를 방문했을 때 그는 영웅 대접을 받았다.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걸프 지역의 실세로서 이집트 시민혁명 당시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하야를 공식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르시 전 대통령이 1년 만에 권좌에서 축출되며 양국간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터키와 이집트는 최근 서로 주재 외교관을 불러 자국에 대한 비난을 삼가라는 경고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공공연히 무르시를 축출한 군부 과도정권을 비난하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14일 "2년 반의 내전으로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이집트 과도정권의 수장인 압델 파타 알 시시 이집트 국방장관은 다르지 않다"고 독설을 날렸다.

이슬람에 뿌리를 둔 정의개발당(AKP)을 이끄는 에르도안 총리는 이슬람 원리주의 조직인 무슬림형제단 출신인 무르시 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다져왔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무르시 축출 후 세계 각국의 지도자 가운데 이집트 군부를 가장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무르시 축출을 반긴 이스라엘도 에르도안 총리에게는 눈엣가시다. 지난주 그는 이집트 사태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이와 대해 지난해 말까지 이스라엘 외무장관을 역임한 아비그도르 리버만은 "에르도안 총리의 언사가 독일 나치 시절 선전장관인 괴벨스를 능가할 정도"라고 비꼬았다.

FP는 터키 외교가 흔들리는 본질을 '이웃 국가들과 아무 분쟁을 만들지 않는'터키 외교의 기본 정책에서 찾았다. 이웃 국가들과 아무 분쟁을 만들지 않기 위해선 다른 나라의 국내 상황에 절대 개입하지 말아야 하는데, 터키가 최근 이와 관련한 자제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실제 터키는 2009년 이란의 대선 불복시위 당시 서방국가들과는 달리 이 사안에 일절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2009년 6월 이란 대선에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당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으나, 상대후보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자 전국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이후 이란 정부의 시위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유혈사태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전 세계에 퍼지면서 서방은 공개적으로 비난했지만 터키는 끝까지 침묵했다.

터키의 태도가 이전 외교정책과 큰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 건 2011년 3월 아랍의 봄 일환으로 시리아 사태가 발발한 직후다. 터키는 시리아 사태 초반 난민 피난처를 제공하고 반군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등 암묵적인 도움을 주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시리아 연안에서 터키 전투기가 격추되자, 본격적으로 시리아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독일의 시사주간 슈피겔은 26일 터키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터키가 유엔의 권한 없이 자체 보복할 의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인접국과 달리 자원 빈국으로 석유와 천연가스를 전적으로 수입하는 터키에게 시리아와 이집트 문제는 자국의 안보, 경제 문제와 직결된다며 터키 외교의 '이유 있는 변화'를 설명했다.

FP는 "터키의 외교정책 변화는 아랍의 봄 전후로 나눌 수 있다"며 "'이웃 국가들과 아무 분쟁을 만들지 않는'외교가 '이웃 국가들과 모두 등지는(제로 프렌즈ㆍZero Friends)' 외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 관챰脩?◀◀◀

▶ "공습 지역이 어디냐" 공포에 떠는 시리아

▶ 충격 동영상… "경고했다, 간 큰 어른만 봐라"

▶ 깡통 떨어진 소리 난 후… 곳곳서 끔찍한 증상·죽음 목격

▶ 어린이도… 어른도… 시신들이… 참혹 현장

▶ 한국인 입양아 출신 프랑스 종군기자의 마지막 편지

▶ '간 큰 종군기자' 피랍 탈출 5개월 만에 다시 시리아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