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을 기금화해 국회의 통제 아래 두자는 논의가 법 개정안 발의로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국회가 건보 재정을 심의ㆍ의결하게 되면 오히려 비효율을 초래하고 보장성을 후퇴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의 '국민건강보험법 일부 개정 법률안(7월 30일 발의)'은 건보재정을 기금화해 국가통합재정에 포함시키고 예결산에 대해 국회 심의ㆍ의결을 받도록 했다. 현재 건보재정은 '건강보험공단 예산 및 결산'으로 별도 편성∙운용돼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만 받으면 된다. 국회는 예결산 보고를 받고 국정감사를 할 수 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연금이나 산재보험이 기금으로 운용되는 것과 달리 건보는 4대 보험 중 유일하게 국회 통제를 받지 않는다"며 "지난해 기준 건보 지출이 41조1,543억원에 달하는 등 재정규모가 큰데다 건보료 수입의 20%를 정부가 지원하는 만큼 재정이 투명하고 건전하게 운용되려면 국회 감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금형태가 건보재정 구조와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현복 건보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의료비와 직결된 건보료는 다른 사회보험과 달리 예측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1년 단위로 예상 지출만큼 보험료를 거두는, 기금 축적 없이 수지균형을 이루는 단기보험"이라며 기금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지금도 보험료 인상 등을 놓고 이익단체들이 첨예하게 맞서는데, 국회에 통제권이 넘어갈 경우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로비 증가, 보장성 약화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건보 보장성이 60%대로 낮은 편인데 국회의원 중심의 결정구조로 가면 표를 의식해 적정 건보료 인상이 어려워지고 그러면 보장성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회가 통제한다고 해서 반드시 재정건전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어서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현복 부연구위원은 "현재도 가입자, 의료단체, 공익대표자 등이 참여해 주요사항을 결정하는데 국회 통제까지 받으면 절차가 복잡해지고 신축적인 운영이 불가능해지는 등 비효율만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의원을 많이 배출한 이익단체의 영향력 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의사협회 등 현재 국회의원 비례대표 중에는 이익단체 대표 출신이 많은데 건보재정이 국회 관할이 되면 제약회사나 이익단체들의 로비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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