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청부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윤길자(68)씨가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수년간 병원에서 호의호식하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 윤씨의 남편 류모(66) 영남제분 회장이 회사 돈 80억여원을 빼돌려 그 중 일부로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류 회장이 이 사건과 별도로 회사에 60억원 대 배임행위를 한 혐의도 포착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석우)는 회사 돈 80억을 빼내 그 중 일부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박모(54) 교수에게 주고 윤씨에 대한 허위 진단서를 의뢰한 혐의(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증재)와 영남제분에 60억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류 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류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고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준 혐의(허위진단서 작성 및 배임수재)로 박 교수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류 회장은 회계장부 조작 등을 통해 회사 돈 80억여원을 빼돌리고 "아내 윤씨를 위한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박 교수에게 2007년 6월부터 수 차례에 걸쳐 금품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는 이 진단서로 2007년부터 형 집행정지를 받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윤씨는 2007년 6월 첫 진단서를 받을 당시 실제로 유방암 수술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었으나, 이후부터는 병세가 뚜렷하지 않은 파킨슨병 우울증 당뇨병 등 새로운 증세 10여개를 내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영남제분의 회계장부를 들여다보던 중 60억여원의 배임 혐의를 추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대생 청부살인사건'은 2002년 판사 사위인 김모(40ㆍ현직 변호사)씨와 그의 사촌 여동생 하모(당시 22세)씨 사이의 관계를 의심한 윤씨가 조카(52) 등을 시켜 아침 운동을 가던 하씨를 경기 하남시 검단산으로 납치, 공기총 6발을 쏴 살해한 사건이다. 윤씨는 2004년 대법원에서 살인 교사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그러나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윤씨가 병 치료를 이유로 2007년부터 형 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뒤 5차례나 이를 연장 받으며 고급 병실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허위 진단서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검찰은 병원과 영남제분을 잇달아 압수수색하고, 박 교수와 협진한 세브란스병원 의사 20여명을 소환 조사해 류 회장과 박 교수 사이의 수상한 돈 흐름을 포착했다.
류 회장과 박 교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다음달 3일 오전 10시30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5월 윤씨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병원 소견을 바탕으로 형 집행정지를 취소, 윤씨를 서울 남부구치소에 재수감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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