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금융회사 메릴린치가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전현직 직원 1,200명에게 1억6,000만달러(약 1,790억원)를 배상하기로 했다고 BBC방송 등 외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기업의 인종차별 배상액으로는 사상 최고액이다.
메릴린치 내슈빌 지점의 조지 맥레이놀스(68)는 흑인 직원들을 대표해 2005년 소송을 내면서 메릴린치가 흑인 중개인을 단순 업무직으로 내몰고 백인 중개인에게는 수익이 높은 일을 맡겼다고 주장했다. 소송이 제기된 당시 메릴린치의 흑인 중개인은 전체 직원의 2%에 불과했는데 이는 회사가 미국 평등고용보장위원회(EEOC)에 약속한 6.5%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맥레이놀스는 당시 메릴린치의 재무상담가 1만5,000명 가운데 흑인은 700명에 불과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금융회사의 잠재 고객 대부분이 백인이었던 탓에 메릴린치에 흑인 중개인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소송은 항소에 이어 연방대법원의 상고로 이어지는 8년 간의 법정다툼 끝에 판결 전 합의로 배상액이 결정됐다. 양측은 다음달 3일 법원에 합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마틴 루터 킹 목사 연설과 워싱턴 평화대행진 50주년을 맞아 9~22일 미국 전역의 흑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가 "백인이 직장을 구하는데 더 유리하다"고 답했다. "흑인과 백인 구직과정에서 동등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말한 응답자는 39%에 불과했다. 이는 50년 전 조사에서 흑인의 74%가 백인이 유리하다고 했던 것에 비해 다소 개선된 결과지만 큰 흐름에서 볼 때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갤럽은 평가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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