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미국의 군사ㆍ외교 기밀자료를 넘긴 브래들리 매닝(25) 육군 일병의 이름을 첼시 매닝으로 바꿔 표기하는 언론사가 늘고 있다. 매닝은 2010년 위키리크스에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보고서와 국무부 외교전문 등 기밀문서 70만여건을 몰래 넘긴 혐의로 기소돼 21일 35년형을 선고받았다. 매닝은 선고가 난 뒤 성전환 의사를 밝히면서 "이제 나를 첼시 매닝으로 부르고 나에게 여성 대명사(she)를 사용해달라"고 했다.
그의 요구에 진보 성향의 MSNBC방송과 인터넷 매체 허핑턴포스트가 즉각 호응했으며 AP통신과 뉴욕타임스, 시사주간 타임 등도 첼시 매닝으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USA투데이와 CNN 등은 사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와 관련, 타임은 28일(현지시간) "언론사들이 매닝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첼시가 승리하고 있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미국판 위키피디아도 최근 매닝의 이름을 첼시로 수정했다.
언론이 이처럼 이름을 바꿔 사용한 것과 관련해 '이름과 인칭대명사는 가장 사적인 표현 영역'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사회적으로 남녀 구별이 불분명한 성전환자는 당사자의 의사가 성별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타임은 설명했다. AP통신의 스타일북도 '그녀(she)' '그(he)'와 같은 인칭대명사 사용에서 논란이 일 경우 우선적으로 개인 의사를 존중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댄 애드키선 타임 편집인은 최근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사람들이 첼시 매닝으로 부르는데 익숙해지기 전까지 기사 머리 부분에 첼시라고 쓰는 이유를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