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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총수들 청와대 간담회 발언 들어보면 숙원사업 발목 잡는 '손톱 밑 가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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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총수들 청와대 간담회 발언 들어보면 숙원사업 발목 잡는 '손톱 밑 가시' 보인다

입력
2013.08.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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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들의 오찬 간담회. 총수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경영상의 애로와 정부에 대한 건의사항을 밝혔다. 주된 테마는 규제완화와 기업활동지원. 대통령 앞에서 구체적 현안을 얘기할 분위기는 아니었고, 따라서 총수들의 발언은 원론적 수준이었다.

하지만 청와대가 공개한 오찬 대화내용을 보면, 각 그룹 총수마다 발언의 주안점은 조금씩 달랐다. 얼핏 보면 이 또한 원칙적인 얘기 같지만, 총수들은 박 대통령에게 우회적으로 각 그룹이 안고 있는 '손톱 밑 가시'를 표현했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우선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융복합 IT기술, 에너지 저장장치, 전기자동차 등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와 꼭 부합하는 대목. 하지만 구 회장이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그 다음 대목, 즉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확대해달라"는 부분이었다.

현재 LG는 소속사 LG화학을 통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2차 전지) 사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기술력도 세계 최고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이 지지부진해지면서 2차 전지 사업 역시 진전이 더딘 상황.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살아나야 LG의 2차 전지도 탄력이 붙는다. 구 회장이 전기차 보조금확대를 건의한 건 바로 2차 전지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관광산업 활성화를 언급하면서 "특급관광호텔의 건립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는데, 이는 대한항공의 숙원과제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대한항공은 2008년 경복궁 인근 옛 미대사관저 부지를 2,900억원에 인수, 국내 최고수준의 7성급 호텔 설립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학교 경계선 200m 이내에는 호텔 등을 지을 수 없다는 학교보건법 조항 때문에, 계속 표류하고 있다. 바로 인근에 풍문여고가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측은 "러브호텔을 짓는 것도 아니고 공연장 갤러리 등을 갖춘 최고급 복합문화관광시설을 지으려는 것인데 이를 막는 건 그야말로 손톱 밑 가시나 다름없다"는 입장. 조 회장은 정부가 관련법 개정 등을 통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주기를 박 대통령에 건의한 것이다.

김창근 SK그룹 부회장은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 또한 SK그룹의 핵심현안이 합작화학회사 설립과 관련돼 있다.

현재 SK그룹은 지주사의 증손회사인 SK종합화학이 일본 JX에너지와 9,600억원 규모의 공동투자를 통해 파라자일렌 공장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외국인투자촉진법은 일반 지주회사가 증손 회사를 두려면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주식을 100% 보유토록 하고 있어, 외국자본과 합작회사 설립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SK그룹 입장에선 이 법 조항이 외국자본제휴와 대형투자를 가로막는 '손톱 밑 가시'인 셈.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 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계속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외자유치는 타이밍이 중요한 데 계속 법안처리가 늦어지면 결국 사업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김 부회장이 바로 이 점을 박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역시 같은 문제를 언급했다. GS칼텍스는 일본 쇼와쉘 및 타이요오일과 공동으로 1조원 규모를 투자해 여수에 파라자일렌 100만톤을 증설할 계획인데, 법 개정안 통과지연으로 무산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홍기준 한화그룹 부회장은 "기업의 해외진출 시 정부 차원의 보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사상 최대규모의 해외수주인 100만호급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을 계기로 제2의 중동붐 조성을 모색 중인데, 현지 정부들이 정부차원의 사업보증 등을 요구하고 있어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대통령과 총수간 면담이 단순히 덕담이나 다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해결의 자리가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정부가 개별 그룹들의 규제현안들을 어떻게 풀어줄지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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