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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칼럼/8월 30일] 낡은 두 세력의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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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칼럼/8월 30일] 낡은 두 세력의 충돌

입력
2013.08.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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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는 북한을 추종하고 미국을 제국주의자라고 부르면서 전복하자는 세력이 있다. 북한이 3대 세습의 독재국가라는 점을 생각하면 시대착오도 보통 시대착오가 아닌 집단이 다. 그 반대쪽에는 정부 비판하는 이들은 다 북한을 따르는 이들이니 그들을 솎아내기 위해 막말과 지역차별을 불사하고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의 집권을 위해 국가기관이 나서야 한다는 집단이 있다. 어느 쪽이나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는 멀고 먼 집단이다. 앞서 집단은 통합진보당내에 존재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고 뒤의 집단은 국정원에 들어있다.

그런데 이 두 집단이 부딪쳤다. 국정원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130여명이 모여서 '유사시 무기를 활용하여 국가기간시설을 점거하고 인명을 살상'하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을 잡아냈다며 이들에 대해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나섰다. 28일 국정원은 이 의원을 비롯한 진보당의 주요 간부 14명의 집과 사무실 등 18군데를 압수수색하고 이들 가운데 3명을 체포했다.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정황은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다시피했고 심지어 어느 종편은 청와대 관계자를 인용해서 이 의원이 변장을 하고 탈주를 했다는 방송까지 했지만 이 의원은 반박하지 않았다. 그는 29일에야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고 '철저한 모략극이고 날조극'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반박은 하지 않았다. 이 점은 같은 모임에 참석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김재연 김미희 의원도 마찬가지여서 '국정원의 모략이니 국정원이 사실을 입증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물론 체포시점이나 혐의가 공교로워서 국정원 역시 신뢰를 받기는 어렵다. 국정원이 제시한 내란음모죄는 1974년 박정희 정부가 유신체제에 비판적인 지식인들을 옭아매기 위해 조작한 인혁당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에서 들이댄 죄목이자 전두환 군부가 1980년 김대중 내란사건을 조작할 때 들이댄 이름이다. 국정원은 23일 끝난 국정원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와 그 후 이어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재판을 통해 대선과정에서 정치개입을 한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민간인까지 동원해서 국내 인터넷 사이트를 무대로 상스런 욕설 댓글로 지역차별을 주도하고 야당후보를 모략하며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이들을 조롱해온 정황이 밝혀졌다. 경찰에게 축소수사를 지시하기까지 했다. 국정조사장에서 관련 사실이 속속 드러나는데도 그 자리에 나온 국정원 직원들은 그게 바로 대북정보전이었다고 강변해서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었다. 심지어는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에게 국정원이 제공한 동영상은 바로 그 다음에 민주당 박영선 의원에 의해 조작됐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니 국정원의 정치개입 세력과 통합진보당의 북한체제 추종세력은 똑같이 민주국가의 적이다. 이번 기회에 한꺼번에 그 진상이 다 드러나고 처벌을 받는다면 한국 사회를 위해 다행스런 일이라 여겨진다.

그를 위해 두 세력이 분명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통합진보당에 국가전복을 기도하는 세력이 있다고 해서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합리화해주지는 않는다. 아울러 국정원이 정치개입을 했다고 해서 통합진보당의 북한체제 옹호가 합리화되지 않는다. 국정원의 댓글 작업은 통합진보당의 국가전복 세력을 겨냥해 쓰여진 것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을 향해서 쓰여졌고 지역차별과 인간존엄성을 훼손하는 막말로 가득했다. 게다가 국가기밀인 국정원 의 2007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어떤 경로로 새누리당 캠프로 갔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밝혀지지도 못했다. 특정 정당을 지지해서 여론조작을 서슴지 않는 정보기관의 존재는 국가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다. 그것은 북한 세습독재국가를 지지하는 정당 이상으로 위험한 존재이다.

통합진보당이 내란음모혐의에 대한 수사와는 별개로 국정원 정치개입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는 여전히 중요하게 남아있다.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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