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마술에 걸릴 때마다 유독 괴로운 여성들이 있다. 월경이 너무 오래 지속되거나 출혈량이 지나치게 많아서다. 월경 주기가 얼마나 규칙적이냐를 꼼꼼히 따지는 여성들은 많지만, 정작 월경의 기간이나 양을 신경 써서 살피는 경우는 많지 않다.
최근 대한산부인과학회 산하 청소년성건강위원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월경 기간이나 양이 정상 범위에서 과도하게 벗어난 '월경과다증'으로 진단된 여성이 2004년 약 12만명에서 2010년 약 19만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년 사이 49.3%나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증상을 며칠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여성이 많다는 점이다. 그러나 월경과다는 내분비계 기능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정상 혈액까지 과도하게 배출
건강한 여성에게서 월경이 지속되는 기간은 보통 3~7일이다. 1주일 넘게 계속되면 월경과다증으로 진단될 수 있다. 한 월경 주기 동안 나오는 총 월경 양은 평균 30~50㎖. 월경과다증은 80㎖ 이상인 경우로 분류된다. 이만큼의 양이면 월경 중 한두 시간마다 생리대를 갈아야 하거나, 한 번에 2개 이상 겹쳐 사용해야 한다. 밤에도 생리대를 교체하기 위해 잠에서 깨야 할 정도다.
왜 이런 증상이 생기는지는 전문의들조차 아직 잘 모른다. 최근 들어 월경과다증이 증가한 원인으로 과도한 스트레스와 무리한 다이어트, 환경 변화에 따른 호르몬 불균형 등이 전문의들 사이에서 꼽히고 있지만, 이 역시 추측이다. 월경을 오래 또는 많이 한다고 해서 심각한 병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일상생활이나 사회활동에 지장을 줄 만큼 여성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월경과다증이 있는 여성이 가장 흔히 겪는 증상은 빈혈이다. 월경과다증으로 진단 받은 4명 중 1명은 철분 부족 때문에 빈혈이 생길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쉽게 피로하고 숨이 많이 차며, 심하면 실신하는 경우도 있다. 월경 직전이나 월경 중에는 배나 허리가 쥐어짜는 듯 아프고 편두통, 가슴 두근거림, 메스꺼움, 구토, 설사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극도로 예민해지거나 우울해질 수 있으며, 식욕이나 성욕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월경과다증은 가임기 여성의 약 9~14%가 경험할 정도로 흔하다. 그러나 그 중 절반에 가까운(약 48%) 여성들이 월경의 양과 기간은 개인적인 특성일 뿐 많거나 길어도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오인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와 있다. 이임순(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대한산부인과학회 청소년성건강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나라 여성들은 월경을 몸 속의 나쁜 피가 빠져 나오는 과정으로만 생각하고 양이 많더라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월경 양이 너무 많으면 실제로는 정상 혈액까지 몸 밖으로 과도하게 배출되고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월경과다증을 오랫동안 방치하면 철분 결핍성 빈혈뿐 아니라 내분비계 기능 이상으로 발전할 수 있어 치료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간혹 각종 부인암 때문에 월경이 비정상적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 정확히 진단 받는 게 더욱 중요하다
월경과다증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호르몬 균형 유지가 필수다. 규칙적으로 자고,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특히 여성들이 많이 섭취하는 카페인은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월경과다증 치료용 먹는 호르몬제가 나와 있다. 간혹 자궁을 완전히 떼내거나 자궁 내막만 파괴하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많아도 걱정 적어도 걱정
월경 양이 많아도 문제지만 적어도 주의해야 한다. 월경 간격이 35~40일 이상으로 길어지거나 한 월경 기간 동안 총 월경 양이 20㎖가 안 되면 월경감소증일 가능성이 높으니 진단을 받아보라고 전문의들은 권한다. 또 만 13~15세가 되도록 초경이 없거나, 월경을 하던 여성이 과거 월경 주기의 3배 이상을 지나는 동안 또는 6개월 이상 월경이 없을 경우 무월경으로 진단된다.
월경이 줄거나 안 나오면 당장 편하긴 하지만 방치했을 때 불임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중년 여성에게서 무월경과 함께 얼굴이 붉고 화끈거리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밤에 잠이 잘 안 오는 등의 증상이 동반되면 조기 폐경을 의심해볼 필요도 있다. 월경감소증은 경구용피임제나 배란촉진제 같은 호르몬 약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자궁을 비롯한 해부학적 문제 때문인 경우엔 수술로도 고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월경과다증과 함께 월경감소증, 무월경, 불규칙 월경 등을 포함한 월경장애가 최근 10년(2000~2010년) 사이 3.56배 가량 증가했다. 2010년 국내 가임여성(1,273만5,000명) 100명 가운데 4명(4.2%)이 월경장애를 겪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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