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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전 행진이 미국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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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전 행진이 미국을 바꿨다"

입력
2013.08.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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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권운동의 상징 '워싱턴 행진'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 50주년 기념식이 열린 28일(현지시간) 워싱턴은 오전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인파는 50년 전 자유와 평등, 일자리를 외치며 행진에 참여한 20만 명에 미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전국에서 모여든 백인과 흑인, 노인과 어린이 10만여 명은 궂은 날씨에도 의회 앞에서 링컨 기념관까지 3km를 함께 걸으며 그 날의 감동을 재현했다.

오후 3시, 모든 이들의 눈과 귀가 링컨 기념관 앞에 마련된 연단을 향했다. 1963년 8월28일 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며 인종적 평등을 역설한 그 자리였다. 먼저 백인우월단체에 의한 폭발사고로 민권운동의 기폭제가 됐던 앨라배마 주 버밍햄 16번가 침례교회에서 옮겨온 종이 타종됐다. 킹 목사가 연설 마지막에 "자유의 종이여, 울려 퍼져라"고 한 것처럼 종소리는 낮고 묵직하게 울려 퍼졌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연단에 서면서 이날 행사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50년 전 킹 목사는 노예주인과 노예의 자손이 형제애를 나누고, 사람이 피부색이 아닌 인격으로 평가 받는 나라를 '꿈'으로 말했다. 그때 두 살이던 흑인 오바마가 대통령이 돼 연단에 선 것은 킹 목사 꿈의 표상이기도 했다. 오바마나 그를 지켜보는 이들 모두가 감격스런 모습이었다.

연설을 시작한 오바마는 "그들이 계속 행진했기 때문에 미국이 변했고, 그들이 행진했기에 민권법이 통과됐으며, 기회와 교육의 문의 열려 그 자손이 빨래하고 구두 닦는 것 이상의 삶을 상상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마침내는 백악관도 변화시켰다"며 흑인 대통령이 50년 전 워싱턴 행진에서 잉태된 것임을 강조했다. 오바마는 "이런 엄청난 변화를 무시한다면 50년 전 행진한 사람들의 용기와 희생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오바마는 킹 목사가 즐겨 쓰던 '도덕적 세계의 아크(arc)는 길고 길지만 결국 정의를 향해 휜다'는 말을 인용한 뒤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 휘지 않는다"면서 "성취한 것을 지키려면 행진이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오바마는 "경제적 불평등은 킹 목사의 꿈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증거"라며 "그러나 우리에겐 아직 정의를 위해 첫발을 내디뎠던 이들의 마음을 비추던 불꽃이 남아 있다"고 희망을 말했다. 연설 말미에는 "모든 사람들이 변화가 워싱턴에서가 아니라 워싱턴으로 향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며 워싱턴 정치를 조준했다. 한 흑인 참석자는 "미국 헌법은 백인을 자유인으로, 흑인은 '그 밖의 인구'로 표현했다"며 "이런 표현이 폐지되기는 했지만 흑인 차별은 그 만큼 뿌리가 깊다"고 말했다.

지미 카터, 빌 클린턴 두 전직 대통령도 함께 연단에 서 킹 목사의 업적에 헌사를 했다. 카터는 "킹 목사가 아니었다면 여기 세 사람이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 했고, 클린턴은 "17살 때 TV로 지켜 본 킹 목사의 연설이 수백만 명의 가슴과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공화당 의회 지도부, 공화당 출신 전직 대통령들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킹 목사의 '꿈' 연설과 '행진'을 담아낸 민권법 통과를 반대했던 공화당의 앙금은 반세기가 지나도 그대로였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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