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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6.5°/8월 30일] 국정원의 부활과 신매카시즘에 대한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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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6.5°/8월 30일] 국정원의 부활과 신매카시즘에 대한 경계

입력
2013.08.2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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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하반기 정국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9월4~11일)과 9월 중순 추석 연휴를 감안할 때 여야 영수회담은 9월 말쯤이나 기대해 볼 수 있다. 영수회담에서 민생법안 처리와 민주당이 요구하는 특검 요구안이 교환되면 10월 초쯤 정국이 정상화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관계자들도 대체로 이런 전망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돌발변수의 등장으로 정치권의 정국 전망은 보기좋게 빗나가게 생겼다. 국가정보원의 통합진보당 수사 때문이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 전선은 흐릿해지고 하반기 정국은 이른바 '이석기 사태'라는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분위기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드러난 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혐의 내용은 가히 경악할 만하다. 지난해 5월 진보당 당원 등 100여명이 참석한 비밀회합에서 "유사시를 대비해 총기를 확보해 무장하라"고 지시하고 "결정적 순간에 통신ㆍ유류시설을 타격ㆍ점거한다"는 내용을 논의했다는 것인데, 놀라움을 넘어 황당스러울 정도다.

너무 충격적인 사건이라 자연 수사배경에도 눈길이 쏠린다. 당장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과 관련해 대대적인 개혁 요구에 직면한 국정원이 국면전환용으로 내란음모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26일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 개혁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발언한 이틀 뒤에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이 진행된 점도 공교롭다.

어쨌든 국정원은 지난 6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평지풍파를 일으킨 데 이어 또다시 정국의 전면에 등장했다.

정부 출범 첫해부터 국정원이 정국의 핵심 변수로 등장한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과거 정부에선 검찰이나 경찰이 나서 이전 정권의 권력형 비리를 단절하느라 집권 첫해가 소란스러웠다. 참여정부의 대북송금 파동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끝난 이명박 정부 초기의 각종 비리사건 수사가 그랬다.

사실 검찰이나 경찰이 정국의 전면에 등장하는 것이 반가울 리는 없지만 이전 정권과 단절하고 차별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점에서 그 동안 용인된 측면이 없지 않다. 검찰이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강도높게 수사하고 최근 첫 공판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향해 '신매카시즘 행태'라고 공세를 편 것도 '이명박 정부와의 단절'을 노린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첩보수집과 공작을 주업무로 하는 국정원이 정국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난 번 대화록 공개 때도 정보를 수집하는 국정원이 '정보유출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불필요한 논란과 함께 극심한 국론 분열을 야기했다. 대화록 공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도 이념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정원이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순간 진보진영 전체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국정원의 진보당 수사를 두고 여야 정치권이 유불리를 따진다면 단기적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에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정기국회를 앞두고 청와대와 민주당이 양자 또는 3자, 5자 회동 등의 회담 형식을 주고 받으며 경색 정국의 해법을 모색하는 와중이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가 도리어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진보당과의 거리 두기에 나선 민주당의 입지가 더 좁아지면 정상적인 여야관계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국 상황과 맞물린 국정원의 진보당 수사는 그만큼 엄중하다. 다만 이석기 사태를 계기로 신매카시즘이 발호하기라도 한다면 국정운영이 왜곡되고 사회의 건강한 논의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이 국정의 전면에 나서는 것 자체가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별로 달갑지 않은 일이다.

김정곤 정치부 차장대우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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