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혐의 내용은산악회 위장 지하당 결성 당직자 100명에게 이석기 "총기 준비하라" 지시수사 어떻게 시작첩보 입수 후 3년 내사… 대화 오간 녹취록 확보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과 당직자 10여명은 지역 산악회로 위장한 지하당을 중심으로 활동한 것으로 국가정보원은 파악하고 있다. 이들이 통신시설, 발전소 등을 폭파할 계획을 세웠다는 것은 녹취록 등의 증거자료가 있지만, 그 동기가 북한체제 추종이나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것인지 밝히는 것이 혐의 입증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위장 모임 활동
28일 국정원과 검찰 등 공안당국에 따르면 이 의원과 진보당 관계자 10여명은 대부분 경기 지역에서 수년 전부터 'RO산악회'의 회원으로 활동해왔다. RO는 'Revolution Organization'의 약자로 지하혁명조직을 일컫는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이들 외에 산악회에 다른 회원들이 추가로 있는지는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산악회 모임을 빙자해 내란음모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 공안당국의 설명이다. 공안당국은 산악회 모임에서 오고 간 대화 녹취록을 확보함으로써 이들의 활동이 체제 전복을 노리는 지하당 활동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국정원 측은 "녹취록은 불법도청이 아니라 합법적인 방법으로 얻었다"고 밝히고 있어, 지하당 내부에 '협조자'가 잠입해 비밀리에 녹음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은 첩보를 입수하고 3년여 동안 이들에 대한 내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충격적인 모의 내용
국정원이 전날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며 법원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결정적인 순간에 총기를 사용해서라도 전화국ㆍ발전소ㆍ유류시설 등 국가기간시설을 폭파하는 등의 방법으로 혁명을 완수하자"는 산악회 회원들의 대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을 두절시키고, 전력난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이날 압수수색을 실시하며 제시한 영장에는 "통신시설과 유류시설 파괴를 모의했다"는 내용이 범죄 사실로 적시됐다. 녹취록에는 이석기 의원이 조직원 100명에게 "유사시를 대비해 총기를 준비하라"고 말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형법 제87조는 내란죄를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의원이 참여한 지하당이 실제로 폭동을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내란죄는 중대 범죄여서 음모죄(두 명 이상의 사람이 모여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모의한 죄)가 적용되며, 'RO산악회' 회원들이 이런 모의를 한 것만으로도 내란음모죄의 주요 요건이 충족된다는 것이 공안당국의 판단이다.
내란음모 동기 파악 관건
체제를 전복하려 했다는 것만으로 내란음모 혐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북한체제를 추종하거나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것이라는 '범행의 동기'를 밝혀야 한다. 이 때문에 국정원과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RO산악회'의 행동강령 등 내부문서를 확보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안검사는 "현실적으로 내란음모나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의 동기와 목적은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북한의 지령 여부는 사건의 실체 파악과 혐의 입증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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