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 이어 여주, 이번엔 부산 기장이다. 유통업계의 라이벌인 롯데와 신세계가 매번 같은 지역에 아울렛을 지으며 '정면대결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비슷한 지역에 두 점포가 있으면 시너지효과가 생긴다는 게 표면적 이유이지만, 두 회사의 자존심 대결 측면도 강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신세계는 부산 기장군에 부산 프리미엄 아울렛을 개장(29일)한다고 28일 밝혔다. 부지면적은 15만5,000㎡, 영업면적은 3만3,000㎡의 대형 점포로 코치, 마크 제이콥스, 타임, 구호 등 국내외 인기브랜드 184개가 입점한다.
신세계 측은 이번 아울렛 개장으로 500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한다는 목표다. 강명구 신세계사이먼 대표는 "내년 연 매출 1조원 시대를 열 센텀시티점(백화점)과 면세점, 조선호텔과 아울렛을 연결해 부산을 동북아 쇼핑허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부산을 텃밭으로 삼고 있는 롯데와 또 한번 한판승부가 불가피해졌다. 롯데는 2015년 신세계 아울렛에서 남쪽으로 14㎞떨어진 곳에 동부산점을 열 예정. 특히 영업면적 5만3,000㎡규모로 국내 최대 프리미엄으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두 회사는 이미 경기 파주에서 아울렛 대전 제1라운드를 치렀다. 2011년3월 신세계가 이 곳에 대형 아울렛을 오픈하자, 롯데도 그 해 11월 불과 5.6㎉떨어진 곳에 아울렛을 오픈했다. 원래는 롯데가 먼저 파주 아울렛을 열기로 하고 부동산 개발업체와 협상 중이었는데 신세계가 먼저 해당 부지매입계약을 맺자, 롯데가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부산 기장에 앞서 아울렛 2라운드는 경기 여주ㆍ이천에서 이미 예고되어 있다. 여주는 2007년 신세계가 국내 최초로 프리미엄 아울렛을 세운 곳. 하지만 금년 12월 롯데가 약 22㎞ 떨어진 이천에 아울렛을 열 예정이어서, 상권경쟁은 불가피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내에서 22㎞거리이면 다른 상권이지만 경기도 외곽지역이면 사실상 동일 상권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여주ㆍ이천지역은 양사의 규모 싸움도 치열한 곳이다. 롯데는 영업면적 5만3,000㎡규모로 320개 이상의 브랜드를 입점시킨다는 계획. 그러자 신세계도 내년까지 기존 아울렛 매장면적을 현재 2만7,000㎡에서 4만9,000㎡, 브랜드는 140여개에서 250여개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브랜드 대 브랜드, 규모 대 규모의 정면대결이 벌어지는 셈이다.
양 사는 동일지역에서 대규모 아울렛 설립경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 "어디까지나 상업적 판단"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도심에서 40~60㎞(자동차로 1시간 거리)떨어진 교외형 아울렛의 특성상 대도시 주변에서 교통이 편리한 지역으로 입지를 선정하다 보니, 결국 지역이 겹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 아울렛이 함께 위치하면 쇼핑타운으로서의 시너지 효과도 생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아울렛은 국내 고가 브랜드와 잡화 위주로 짜여져 있는 반면 신세계 아울렛에는 해외 유명브랜드와 의류 쪽이 강하다"면서 "이처럼 서로 상품구성이 특화돼 서로 겹치는 브랜드가 30% 밖에 되지 않아 중복경쟁 보다는 시너지 효과가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차로 짧게는 5분, 길게는 30분 거리에 위치하는 것은 결국 자존심 경쟁 측면도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반면 아울렛은 매년 두자릿수대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격전지로 부상했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양 사의 맞불대결이 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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