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잠실 LG-넥센전. 3-2로 앞선 LG의 8회초 수비, 원 아웃 이후 김기태 LG 감독은 필승 공식 이동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1점을 지키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동현은 넥센 3번 이택근에게 좌중월 2루타를 허용한 뒤 4번 박병호와 마주해서도 볼 3개를 연속으로 던졌다. 이동현의 머리 속에는 볼넷에 대한 부담이 스쳐 지나갔다. 1루가 비어 있긴 했지만 다음 타자도 강정호.
무엇보다 이동현은 박병호와 악연이 있었다. 이날 전까지 올 시즌 박병호에게 6타석 4타수 4안타(1홈런)에 볼넷 2개로 철저하게 눌렸다. 특히 지난 21일 목동 넥센전에서도 8회말 박병호에게 볼넷을 내 준 끝에 팀이 4-6으로 역전패한 뒤 "4타수 4안타를 맞았던 박병호를 잡지 못한 것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팀 승리도 걸려 있을뿐더러 어떻게든 박병호 징크스를 깨야 하는 상황. 마음을 다 잡은 이동현은 침착하게 스트라이크와 헛스윙, 파울을 차례로 유도해 풀카운트까지 끌고 갔다. 이어 7구째가 이동현의 손을 떠났고, 박병호의 방망이가 힘껏 돌아가는 순간 또 한번 두 팀의 희비가 교차했다.
잠실구장 밤하늘을 가르며 포물선을 그린 타구는 좌월 역전 결승 투런홈런. 박병호는 주먹을 불끈 쥐고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지난달 5일 목동 맞대결의 데자뷰. 당시에도 박병호는 7-9로 뒤진 8회말 1사 1루 볼카운트 2-3에서 이동현을 동점 투런포로 두들겨 12-10 역전극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까지 이동현을 상대해 7타석에서 홈런 2개를 포함해 5타수 5안타, 볼넷 2개의 신들린 듯한 방망이를 과시했다.
2010년까지 LG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두 선수의 끈질기고도 묘한 인연이다. LG의 최근 8회 징크스도 찜찜하다. 이날을 포함해 21일 넥센전에서도 8회말 김민성에게 3점 홈런을 얻어 맞아 4-6으로 역전패했고, 18일 군산 KIA전에서도 4-2로 앞서다 8회에 4-7로 역전을 허용했다. 5승10패로 밀린 넥센과 악연은 두 말할 것도 없다.
25호 홈런으로 단독 선두로 나선 박병호는 경기 후 "앞 타석에서 좋지 못했다. 4번다운 스윙을 하지 못했는데 마지막 찬스에서 중요한 타점으로 연결돼 기분이 좋다"면서 "선수들 모두가 이기려는 마음이 강하고 각자 역할을 잘 알고 있기에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넥센은 두산과 공동 3위(55승2무46패)로 올라섰다. 9회말 등판한 세이브 선두 손승락은 1이닝 무실점으로 34개째를 수확하며 2위 봉중근(LG)과 격차를 3개로 벌렸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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