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8월 29일] 작가들의 시국선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8월 29일] 작가들의 시국선언

입력
2013.08.28 12:04
0 0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 조지 오웰은 에서 작가들이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로 정치적 목적을 들었다. 그에게 '정치적'이란 말은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구"다. 등의 작품은 이런 치열한 작가의식의 소산이다.

▲ 이명박 정권 1년이 지난 시점에 나온 작가 188인의 시국선언은 명문장으로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다. "우리에게는 아직 종이와 펜이 있다. 그러니 동의하지 않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끝내 저항할 것이다. 가장 뜨거운 한 줄의 문장으로, 가장 힘센 한 문장의 모국어로 말할 것이다. 사람의 말을, 사람만이 할 수 있고, 사람이니까 해야 하며 사람인 한 멈출 수 없는 그 말을…." 작가들은 '사회의 가장 예민한 살갗'인 문학을 통해 불길한 예언과 다급한 신호를 보내고자 했다.

▲ 5년이 지나 바로 그 작가들이 법정에 섰다. 지난 대선 때 젊은 시인과 소설가 137명이 낸 '우리는 정권 교체를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시국선언에 대한 선거법 위반 재판이 그제 열렸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는지, 특정 후보를 지지한 게 아닌지가 쟁점이었는데 유죄로 인정돼 실무를 맡은 소설가 손홍규씨에게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정권 교체'와 '삶의 가치'를 주장한 작가들에게 현실 정치의 논리를 들이대는 게 정당한지 의문이 남는다.

▲ 작가들은 사회에서 억눌리고 차별 받는 사람들의 삶을 터전으로 삼는다. 그래서 타인의 인생에 자신을 내려놓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시대적 아픔을 함께 나누는 건 작가들의 숙명과도 같다. 작가들은 25일 '2013 한국작가대회'를 폐막하면서 또다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 언론 공공성을 가로막는 세력에 대한 비판, 한반도 평화 추구 등을 향후 문학적 활동의 지표로 삼겠다고 했다. 자유가 없으면 문학도 없다. 작가들에게 자유를 허하라.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