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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부 팔린 <엄마 냄새> 저자에게 듣는 ‘세 살까지 밀착 육아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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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부 팔린 <엄마 냄새> 저자에게 듣는 ‘세 살까지 밀착 육아가 필요한 이유’

입력
2013.08.2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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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엄마 품을 파고들어 젖을 문다. 원초적으로 젖 냄새를 찾아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육아에도 유행이 있어 갓난아기 때부터 따로 재우는 등 독립심을 북돋는 육아법이 화제가 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정서 발달에 좋다는 밀착 육아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아기의 뇌가 성장하는 세 살까지는 엄마가 품에 끼고 키우라"고 조언하는 (김영사 발행)는 올해 1월 나왔는데, 입소문을 타고 벌써 4만부 가까이 팔렸다. 책을 쓴 이현수(50) 힐링심리학 아카데미 원장은 40주간 한 몸으로 지내다 낯선 세상에 뚝 떨어진 아기는 냄새로 엄마를 각인하고 그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성장한다며 양육의 333법칙을 강조한다.'하루 3시간 이상, 3세 이전엔 반드시 아이와 같이 있어야 하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떨어져 있다 해도 3일 밤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는 게 요지다. 이 원장은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등에서 20년 동안 검사와 상담을 진행한 심리 전문가다.

-'엄마 냄새'라는 후각적 요소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딸 아이는 기분이 안 좋으면 '엄마 안아줘, 엄마 냄새가 필요해'라고 얘기하곤 한다. 아이들은 엄마 냄새를 참 좋아하더라. 두 아이의 엄마로서, 병원에서 일하면서 보고 느낀 것도 그렇고 뇌과학을 공부하다 보니 냄새가 키워드더라. 엄마 냄새라는 표현에는 자녀가 엄마에게 느끼는 정서적 안정감이 담겨 있다."

-아기의 후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나.

"불안정한 상태로 태어난 아기의 뇌는 생후 3년에 거쳐 1차적으로 완성된다. 뇌 해마의 끝 부분에 달려 있는 편도체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정서나 경험 등 감정을 회상하고 최종적으로 전두엽에서 통합적인 판단을 하게끔 하는데 아기는 냄새로 이런 것을 처음 경험한다. 엄마 냄새가 중요한 것은 이게 아기가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추상적 사고 능력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12세 이전에는 지극히 생물학적이고 본능적인 수준에서만 사랑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3세 이하의 아이들은 동물적으로 '이 냄새는 엄마 거네, 아이 좋아. 지금 나는 안전한 곳에 있구나' 하며, '자, 그럼 오늘 할 일을 해보자, 뒤집어볼까, 일어나볼까, 마음껏 놀아야지'하는 사고의 과정을 거친다."

-책에 생후 3년까지는 하루 종일 엄마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진작 알았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 옆에 찰싹 붙어 있었을 것이라는 후회가 담겼다.

"둘째가 열 살이 됐을 때야 퍼즐이 완성되듯 깨닫게 됐다. 두 아이 모두 두 달 정도씩만 출산휴가만 쓰고 바로 회사로 복귀해야 했다. 빨리 퇴근하기 위해 직장에서 30분 이내 거리에 집을 얻었고, 회식도 2차는 소신있게 거절했다. 또 집에 들어오면 휴대폰을 끄고 아이와 3시간 이상은 꼭 함께 보내려고 노력했다. 전업주부가 이런 책을 썼다면 비난 받겠지만, 일하는 엄마들의 선배로서 말한 것이다."

-'엄마의 전쟁'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

"낮에 미친 듯이 열심히 일하고 저녁만큼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이와 같이 보내라는 것이다. 단 인터넷을 하거나 아이 말고 다른 것에 빠져 3시간을 보내는 것은 소용 없다. 튼튼한 애착은 안정된 정서와 좋은 성격을 형성하는 기본이다. 강연장에 50대 중반의 성공한 여성들이 찾아와 아이가 방에서 안 나오고 게임만 한다거나 자신과 눈도 안 마주친다는 고민을 털어 놓는다. 그 분들이 '젊은 엄마들이 어떻게 알아요, 나처럼 애가 망가져봐야 알지'라고 한탄한다. 아이에게는 엄마가 답이다. 물론 아빠의 역할도 중요하다. 부부가 힘을 합치면 얼마든지 육아가 원활해지고 가정이 평화로워진다. 아빠는 월, 수, 금, 엄마는 화, 목, 토, 일 이런 식으로 애들 뒤치다꺼리를 분담하는 게 좋다. 그게 안 된다면 일주일에 이틀 정도만 아내가 밖에서 누굴 만나거나 육아에서 잠시 해방돼 숨 쉴 틈을 주는 거다. 그것도 어렵다면 그냥 아내 마음이 편하게 어깨 두드려주고 잘 대해주는 것만이라도. 우리나라 여성들이 교육 수준과 소득 수준에 비해 남편에 대한 심리적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직접 육아가 불가능한 경우, 아이를 시골에 맡기고 한 달에 한 번 보러 가거나 2~3년 후 데려 오는 것은 어떤가.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면 몰라도 생후 3년은 반드시 엄마 냄새를 꾸준히 맡을 수 있는 환경에 아기를 둬야 한다. 양육자가 바뀌면 아기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두 상사를 모시는 셈이다. 말을 잘 안 듣는 아이들을 살펴보면 애착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3년은 맞벌이 엄마에게 일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너무 가혹하다.

"생후 3년 동안만 밀착 육아를 제대로 하면 그 이후에는 크게 신경 쓸 일이 없게 된다. 그때 엄마와 애착 관계가 틀어지면 꼭 사춘기에 문제가 생긴다. 아이가 어렸을 때 제공해야지 나중에 만회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결정적 시기'라는 게 있다. 그래도 열 살이나 열두 살까지는 가능성이 있다. 그걸 넘으면 전두엽이 본격적으로 발달하는데 자립심이 생기면서 왜곡된 생각을 하게 된다. 부모가 아이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돈을 번 건 아이를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어서인데, 그 나이까지 부모의 사랑을 받는다고 못 느낀 아이들은 '우리 부모는 날 사랑하지 않아. 엄마 아빠는 의무를 다 하지 않으면서 내가 왜 학원을 가야 돼'라고 삐뚤어진다."

-아이 혼자 보내는 조기 유학을 절대 반대하고 있는데.

"엄마 냄새는 전화로 대체가 안 되지 않나. 만 3세가 1차 대뇌 폭발기고, 2차가 10~15세 사춘기 때다. 사고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경험들을 재조정하는 때인데 엄마와 떨어져 지내면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된다. 때문에 정서적 안정감이 꼭 필요하다. 남의 나라에 가서 낯선 음식을 먹고 다른 언어로 공부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머리가 좋아 어떻게든 따라 가고는 있지만 그 스트레스가 언젠가 폭발하고야 만다. 아이들은 때가 되면 다 부모를 떠난다. 다만 온전한 사랑을 줘야 할 시기에 끼고 살면 아이는 평생 안정된 기반 위에 놓인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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