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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8월 29일] 여름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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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8월 29일] 여름의 끝

입력
2013.08.2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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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사무실에서 집에서 에어컨 바람 아래 여름을 보낸 더운지 몰랐던 사람들도 있었을 테고, 그늘을 찾아 선풍기 바람을 쐬거나 연신 부채질을 해봐도 더위를 피할 수 없었던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이제 여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은 아닌 듯하다. 돈이 있고 없고, 직장이나 처한 환경에 따라 여름이라는 계절은 누군가에게는 가혹한 형벌이 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여름의 휴가는 누구에게나 특별한 일이다. 특히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일 년 계획 중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 분명, 꿈같았던 여름휴가가 끝나가고 있다. 아쉬운 마음이야 말하면 무얼 할까, 그냥 이렇게만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번지기도 하고, 힘겹고 스트레스 주는 직장 때려치우고 산속이나 강가, 바닷가에 소박한 집을 짓고 검소하고 가난해도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문득 떠오르는 휴가의 막바지이다. 빠듯한 살림 절약해서 조촐한 가족여행을 준비하고, 자주 뵙지 못하는 부모님 댁에서 피서를 즐기는 신혼부부, 휴가 따위 잊어버리고 공부에 매진한 청년들의 특별한 여름휴가가 끝나가고 있다. 더욱 특별한 사람들, 땡볕에서 고기를 잡고 농작물과 가축을 돌보며 가을을 준비한 농부와 어부의 노고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불거진 어느 여름보다도 뜨거웠던 시국,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다시 시청광장으로 모여들었고, 야당은 국회를 나와 천막을 치고 장외투쟁을 하고 있고, 끝나지 않은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고공의 노동자들의 여름도 지나가고 있다. 결코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가을을 좇아 여름은 성큼성큼 물러가고 있지만, 여름의 뜨거웠던 어떤 문제도 해결이나 결말을 맞이한 것은 없는 듯하다. 불현듯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바뀐 것은 그저 계절뿐이노라, 한탄만 찾아올 것만 같은 지금이다.

지금의 불화의 계절이다. 정치, 경제, 계층 등 우리가 안고 있는 세계에 대한 불화는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욕망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라는 것만으로는 이해되기 힘들다. 우리가 못나고 논쟁을 좋아하는 민족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만 끊임없이 문제가 드러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나의 계층이 빚어낸 탐욕과 그로 인해 박해받는 타인의 생존이 있기 때문에 불화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정치권력에 대한 탐욕은 거짓말을 만들고, 거짓말은 시민들을 진실이나 진리와 멀어지게 만든다. 불신의 축은 이로부터 시작된다. 안정되고 공정한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의 탐욕은 사회 전체를 불안에 빠뜨리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자신들의 당리당략만을 앞세워 논리를 만들고, 자기의 말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배척하는 것은 물론이고, 진실을 요구하는 국민 다수를 어떤 낡은 이데올로기의 틀에 가두어 지배하려는 권력욕은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해를 주는 길은 솔직하게 고백하고 잘못한 것이 있다면 사과하는 것이다. 오직 자신들을 지지하는 사람들만 믿고 거짓을 진실로 호도하는 것, 비겁한 짓이다. 우리의 정치 풍토 중 이해할 수 없는 것 하나는 범법도 그래도 된다, 는 것이고, 진실을 거짓으로 덮어놓으면, 시간이 지나고 국민은 잊을 것이란 명제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지난 5년과 임기 첫 해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되새기고 있다. 왜냐하면 하나도 어떤 문제가 해결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덮고, 덮어 놓고, 전환하기 급급한 권력의 최상위들은 자신들의 욕망과 욕심을 진실 되게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옳고 그름을 알기 때문에 거짓말이 나오는 것이니, 모두 자신의 모습을 알고 있을 거라 믿는다.

국정원과 검찰이 내란 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통합진보당 핵심 관계자들을 '통신ㆍ유류시설을 파괴하려 모의했다'는 혐의로 압수수색, 체포를 한 것이었는데, 사실이라면 정말 무시무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허나, 급한 마음의 국정원이 그럴 줄 알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백가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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