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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8월 29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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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8월 29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진화해야

입력
2013.08.2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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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남북대화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에 이어 남북적십자 실무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앞으로 두 합의의 이행을 위한 후속 협의가 계속될 것이다.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진행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남북 간에 대화 국면은 지속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절 68주년 경축사에서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 나갈 것을 역설했다. 아울러 이번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합의를 계기로 새로운 남북관계가 시작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앞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남북 공동발전을 이루어 나갈 것임을 천명하였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서는 복잡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남북대화의 지속이 바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이다. 모든 문제를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는 것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핵심 요체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가동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 맞추어 지난 주 정부는 통일부 장관의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개념, 목표, 추진원칙, 추진기조, 추진과제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그동안 단편적으로 언급해 온 정부의 대북정책을 정리해서 종합적으로 제시했다는 데는 의미가 있다. 이는 또 새 정부로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총론만 있고 각론이 없다', '프로세스라고 하면서 단계적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수동적이고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등이 그것이다. 일면 타당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겨 나가려 한다면 이러한 평가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구체적 행동계획(Action Program)을 검토해나가야 할 것이다. 남북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자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에 결코 만족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남북대화의 재개와 합의 도출을 우리의 '원칙적 대북정책'의 성과로 자평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우선 남북대화의 재개에 임하는 북한의 전략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왜 대화로 입장을 선회했는가? 남북대화의 과정에서 과거와 달리 우리 측 요구를 수용하는 등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앞으로 남북대화의 진행에 대한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가의 반응은 어떨 것인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무엇인가? 북핵문제는 어떻게 관리,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담아내야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한 노력보다 더 힘든 과제가 우리 앞에 가로 놓여있다는 점이다.

남북관계의 개선은 우리가 주도해서 이루어내야 한다. 이는 박근혜 정부에게 주어진 역사적 기회이기도 하다. 남북관계 개선은 대화와 협력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은 남북 간 신뢰 형성의 기초이고 평화와 공동 번영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향후 남북관계 개선의 핵심은 경제협력에 있다. 북한이 남한에 눈치를 보고 의존해야하는 근본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이 지난 3월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무장건설의 병진전략을 결정한 것도 경제건설을 우선하겠다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진행시켜 나가면서,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확대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일은 남북관계를 원상복구 하는 것이지만 이것도 지난 정부에 비하면 큰 진전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한 단계 더나가는 새로운 경제협력 방안이 강구되어야 북한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부분이다.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이끌어내고,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터를 다져야 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계속 진화해야 한다. 남북대화의 지속과 민간차원의 교류협력 활성화는 그 시작이다.

이봉조 극동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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