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시리아에서 발생한 민간인 화학무기 공격의 책임을 시리아 정권에 돌리고 군사 개입을 준비하는 근거는 시리아 정부군 관계자들 사이의 통화 감청 내용이었다고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1일 시리아 구타 지역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된 직후 시리아 정부군의 한 장교와 정부군 소속 화학무기 운용부대 책임자 사이에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 장교는 당시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왜 화학무기 공격으로 수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는지 해명을 요구했고, 이 통화내용을 미국 정보 당국이 엿들어 지휘 계통에 보고한 것이다.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또 구타 지역에서 발견된 로켓들의 형체가 비교적 온전히 남아 있는 점도 화학무기라고 결론 내린 근거라고 전했다. 일반적인 폭발성 탄두가 장착됐다면 목표 지점에 낙하한 로켓의 형체는 거의 남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권은 반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해 왔고,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중동 정책에 반대하는 일부 인사들은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증거 자체가 없다는 논리를 펴왔다.
그러나 이 같은 근거들이 화학무기 사용의 책임을 알 아사드 대통령에게 돌리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정권 최고위 인사의 독단적 행동일 수도 있고, 화학무기를 관리하는 시리아 정부군 실무자의 '과잉 충성' 혹은 월권이 낳은 비극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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