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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서 밀려나는 젊은 인문학자들의 새 둥지,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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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서 밀려나는 젊은 인문학자들의 새 둥지, 협동조합

입력
2013.08.2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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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의 지식·연구 협동조합 설립이 줄을 잇고 있다. 순수 학문이 고사하고 있는 대학의 척박한 현실에서 탈주해 자체적으로 학문의 기반을 닦으려는 시도다.

31일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하는 '인문학협동조합'의 목표는 20~30대 인문학 연구자의 존립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박사 과정을 밟고 있거나 수료한 학생, 시간강사 등 대학 내에 안정된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불완전 연구노동자' 100여명이 주축이 됐다.

주요 대학이 인문학 규모를 축소하면서 이들 젊은 연구자들이 설 자리가 줄고 있는 상황이 협동조합 설립 배경이 됐다. 특히 내년 1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위기 의식이 커졌다. 강사법은 주당 강의 시간이 9시간 이상인 전업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는 것이 골자인데, 대학이 이를 악용해 소수의 시간강사만 교원으로 채용한 후 나머지 시간강사의 강의를 몰아줌으로써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인문학협동조합 발기인 대표인 임태훈 성공회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는 "가장 먼저 밀려날 젊은 연구자들이 대학 밖에서 연구, 강의를 지속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인문학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은 시민 대상 인문학 강의와 문화 프로그램, 단행본 출간 등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함께 기획해 진행한다.

9월 하순 창립총회가 예정된 '지식순환협동조합 노나메기대안대학'의 출발점 역시 대학의 위기다. 대학에서 생산되는 화석화된 지식이 실생활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무력하다는 것이 문제 의식이었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예술종합학교 감사 사태를 계기로 4년간 방학마다 진행됐던 자유예술캠프도 힌트가 됐다. 자유예술캠프는 한예종 교수와 강사들이 도심 곳곳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싼 수강료만 받고 강의하는 행사였다. 권위적이고 자폐적인 학제에서 벗어나 시민을 대상으로 문화예술을 교육한다는 취지였다. 노나메기대안대학에 참여하는 심광현 한예종 영상원 교수는 "각자 사회 운동 경험이 있는 40~60대 연구자를 중심으로 시민과 소통하려는 고민이 깊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노나메기대안대학은 내년 1월부터 매년 네 학기의 교과 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성공회대 사회학과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들로 구성된 '급진 민주주의 연구모임 데모스'는 3월 창립 총회를 열고 협동조합으로 전환했으며 인문주의 정치비평지인 격월간 의 홍세화 발행인이 이끄는 학습협동조합 '사유와 실천의 공동체 가장자리'도 지난달 창립 총회를 열고 출범했다.

이들 연구·지식 협동조합들이 기대하는 것은 학제 바깥에서의 경제적 자립만은 아니다. 인문학협동조합은 인문학을 팟캐스트와 웹진 제작, 공연·전시와 결합하거나 강의 등 다양한 형식으로 확장하는 일들을 기획하고 있다. 내년 3월에는 수유너머, 푸른역사아카데미 등 기존의 대안적 연구공동체와 손잡고 이들의 대표 강의를 10~15일간 한꺼번에 개설하는 행사인 '지식 팔레트 2014'를 연다. 노나메기대안대학 역시 강의뿐 아니라 다양한 워크숍, 사회 활동 등을 교과 과정에 포함해 지식과 삶의 접점을 모색할 계획이다. 인문학협동조합의 임 교수는 이들 협동조합이 "기존 대학 중심의 빈곤한 인문학 지형을 긴장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기 위해 설립 초기 충분한 교육 수요자의 참여를 확보하는 것이 과제다. 김종락 대안연구공동체 대표는 "이들 협동조합이 얼마나 사회화되는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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