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쉬어 넘는 해발 1,000m 이상의 고랭지. 한여름 시퍼렇게 배추가 자라는 고랭지 밭은 한국인의 여름 밥상을 책임지는 곳간이다. 감자도 고랭지에서 많이 재배한다. 돌이 많은 비탈을 일궈 농사를 지으려니, 트랙터가 들어가지 못하는 돌밭은 지금도 일소들이 쟁기질로 밭을 일군다. KBS 1 TV가 29일 오후 7시 30분 방송하는 '한국인의 밥상'은 '해발 1,000m의 진수성찬-고랭지 밥상'을 소개한다.
해발 1,303m 강원 태백의 매봉산 정상에는 40만평에 달하는 배추밭이 있다. 배추 농사꾼이자 화가·문학가인 이정만씨 가족은 이 곳에 사는 유일한 주민이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매봉산에 정착했다. 일교차가 커서 생기는 이슬과 한낮의 온기를 머금은 돌은 매봉산 배추를 최적의 상태로 키워준다. 그들의 밥상은 특별하진 않지만 맛깔스런 고랭지 배추로 탐스럽다.
배추 다음으로 고랭지 농업에서 많이 재배하는 작물은 감자다. 경북 맹동산 정상에서 40년째 농사를 짓는 권오경씨. 대관령보다 넓은 고랭지를 찾아 들어와 감자밭을 일구기 위해 길을 내고 전기를 끌어와야 했다. 이제 이 곳은 그에게 제2의 대관령이다.
강원 평창군과 정선군에 걸쳐 해발 1,200m에 펼쳐진 육백마지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랭지 채소밭이다. 첩첩 산중에서 농사 짓고 사는 일은 옹색하면 옹색했지 풍요롭지는 않았을 터. 너른 땅이라 해서 육백마지기라지만, 거기에는 산중 애옥살림을 이름이라도 넉넉하게 지어 견뎌보려 했던 마음이 담겨 있다. 육백마지기가 개간되던 1960년대 초부터 이 곳에서 평생 밭을 일궈온 지순옥 할머니는 고랭지 농업의 산증인이다. 이제는 할머니의 아들이 새로운 특용작물을 재배하며 맥을 이어간다. 50여년 역사를 지닌 고랭지 농업은 우리 밥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짚어본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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