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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소녀 US오픈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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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소녀 US오픈 반란

입력
2013.08.2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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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테니스 이틀째 27일(현지시간) 밤.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26ㆍ세르비아)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2ㆍ스위스)가 완승을 거두고 2회전에 올랐지만 이날만큼은 무대의 주인공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홈 코트의 열 일곱살 앳띤 얼굴의 소녀 빅토리아 듀발(미국)이 카메라 세례를 한 몸에 받았기 때문이다. '역사'는 미국 뉴욕 빌리진 킹 국립 테니스센터 내 루이스 암스트롱 경기장에서 탄생했다. ESPN은 '빅토리아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라는 제하의 기사로 흥분을 토해냈다.

프로 입문 2년 차, 랭킹 296위. 아무도 듀발을 주목하지 않았다. 2011년 대회 여자단식 챔피언 사만다 스토서(29ㆍ호주ㆍ랭킹11위)의 1회전 '먹잇감'쯤으로 여겼다.

그럴 만도 했다. 예선 3경기를 치르고 본선에 합류한 듀발의 전적은 30승 29패였다. 1세트를 5-7로 빼앗길 때까지 그런 전망은 유효했다.

하지만 듀발은 2,3세트를 각각 6-4로 뒤집고 세트스코어 2-1 역전승을 거두는 이변을 일으켰다. 2시간39분만에 거둔 드라마틱한 승리였다. 지금까지 자신이 경험한 최장 승부. 듀발은 3세트 5-4로 앞선 가운데 자신의 서브게임때 매치포인트 기회를 3번이나 무산시키며 가슴 졸였으나 4번째 강력한 포핸드로 대미를 찍었다.

듀발은 경기 후 "나 자신조차 믿을 수 없는 경기를 펼쳤다"고 소감을 밝힌 뒤 기쁨에 겨워 코트에서 껑충껑충 뛰었다. 그러면서 "스토서가 오늘 최선의 경기를 보이지 않았다"며 겸손의 말도 잊지 않았다. 듀발의 2회전 상대는 랭킹 48위 다니엘라 한투코바(30ㆍ슬로바키아)다.

듀발은 1995년 11월30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중남미의 작은 섬나라 아이티 이민자였다. 어머니는 키 170㎝ 늘씬한 체격의 딸이 발레리나가 되기를 희망했으나 듀발은 7세때 라켓을 처음 잡았다. 태어나자 마자 아이티로 건너가 8세때까지 자랐다. 1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2010년 아이티 대지진때 기적처럼 살아남아 미국으로 되돌아 왔다. 당시 그의 아버지는 지진 잔해 더미 속에서 수 시간 동안 파 묻혀 있다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아버지 친구의 도움으로 간신히 비행기를 얻어 타고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온 듀발은 세계적인 테니스 아카데미 닉 볼리티에리의 코치를 받으며 프로의 꿈을 키웠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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