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형준이 1로 하변에 벌리자 한태희가 대뜸 2로 침입했다. 온건한 기풍이라면 먼저 좌상귀를 A로 굳히는 게 보통이지만 그러면 흑이 B로 한 칸 뛰어 하변을 크게 키우는 게 싫었던 모양이다. 백이 귀를 지키지 않았으니 흑이 3으로 걸친 건 당연하다.
4로 협공하자 5부터 9까지 패기만만한 젊은이들답게 서로 자기 돌을 안정하기보다 상대를 먼저 공격하는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9는 조금 과했다. 1, 3으로 두는 게 좀 더 알기 쉬웠다. 10으로 반격 당해서 흑의 응수가 마땅치 않다.
한데 잠시 후 이번에는 백에게서 실수가 등장했다. 15 때 16으로 젖힌 것까지는 좋았는데 17 때 그냥 18로 이은 게 너무 고지식했다. 지금은 먼저 1로 급소를 찔러서 2로 모양 나쁘게 이어가게 한 다음 3으로 두었으면 단박에 흑의 형태가 무너져 아주 곤란할 뻔 했다. 실전에서는 반대로 19를 둘 수 있어서 흑돌 전체가 안정된 모습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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