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일보 지면에 울트라 마라톤 중에 최고로 긴 코스인 622킬로 한반도 종단 울트라 마라톤 소개가 있었다. 풀코스 마라톤을 어느 정도 뛰다보면 울트라 마라톤이 보인다. 물론 울트라 마라톤부터 시작한 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풀코스를 뛰다가 울트라 마라톤에 입문하게 된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풀코스 마라톤을 10여차례 완주하고 난 후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하게 되었다. 첫 울트라 마라톤은 2012년 5월에 열린 천진암 울트라 100킬로 마라톤이었다.
대회 시작은 토요일 저녁 6시에 시작되었다. 250여명이 모여서 번호표를 받고 준비운동을 시작하고 서로 인사하면서 기념사진 촬영 후 출발대에 섰다. 출발 신호가 울리자 모두들 배낭을 메고 힘차게 출발했다. 천주교 성지인 해발 300미터 천진암까지 8킬로 거리의 오르막을 달려야했다.
초반이라 몸이 가벼워 빠른 속도로 오르기 시작했다. 천진암 반환점을 돌고 내리막에서는 더욱 속도를 내었다. 날은 이미 어두워져 헤드랜턴을 키고 달리기 시작했다. 주로가 시골도로라서 차들과 사고가 나지 않게 조심해서 달려야 했다. 물론 인도가 있는 곳은 안전하게 달릴 수 있었지만, 인도가 없는 곳은 정말 조심해서 달릴 수 밖에 없었다.
마라톤 풀코스와 달리 100킬로이기 때문에 체력안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중간에 여러 번 쉬면서 물도 마시고 체력을 비축했다. 분원리 남한강변을 따라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뛰다보니 드디어 35킬로 첫 번째 확인구간에 도착했다.
이미 날은 컴컴해져서 칠흑 같은 어둠에 헤드랜턴만이 반짝이고 있었다. 각종 음료수와 떡과 주먹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다시 출발했다. 날이 조금 추워지기 시작해서 배낭에 있던 바람막이를 꺼내서 입고 장갑도 끼고 달리기 시작했다. 시골길을 달리고 있자니 개구리 울음소리가 정적을 깨고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새벽 12시가 다 되어 가니 주변이 적막하고 오직 울트라 마라톤 뛰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고요하고 적막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뛰는 것이 더욱 편해졌다. 드디어 58킬로 반환점이 나왔다. 도장을 찍고 앉으니 밥과 국을 갖다 준다. 배는 고프지만, 식욕이 없다. 하지만, 나머지 42킬로를 위해서 조금 먹고 다시 뛸 채비를 한다.
반환점을 돌아서 왔던 길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모르는 길보다는 왔던 길을 돌아가는 길이 더 편했다. 몸은 이미 천근만근이지만 갈 길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힘을 내어 본다. 중간에 24시 편의점에 들러 이온음료도 보충하고 마지막 급수처에서 떡과 오뎅을 먹고 마지막 스퍼트를 냈다.
마지막 10킬로를 남기고 많은 사람들을 제치면서 지나갔다. 남들은 마지막에 힘이 들어 천천히 가는데, 나는 오히려 힘이 넘쳐난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러너스 하이’란 말인가. 그렇다 러너스 하이가 바로 이 순간에 찾아왔다.
아침 동이 터오는 새벽을 달리고 있자니 수면박탈의 효과인지 기분이 좋아지고 다리에 힘이 생기기 시작해서 더욱 더 많은 선수들을 제치고 골인했다. 저녁 6시에 출발해서 다음 날 오전 5시 40분에 골인했다. 최종기록은 11시간 40분 42초이었다. 골인을 하고 나니 너무 기분이 좋고 몸도 상쾌했다. 몸은 지칠수록 마음은 더욱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천진암 울트라 마라톤에 참여했다. 작년보다 날씨가 훨씬 더워 배로 힘이 들어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뛰어 14시간 48분 21초에 골인했다. 날씨가 조금 덥다고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덥고 습하니 뛰는 내내 땀을 너무 많이 흘려 고생했다. 인간이 자연 앞에서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울트라 마라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울트라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은 정말 좋은 운동이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많은 논문에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울트라 마라톤 완주하는 중에 부분적으로 심근육의 손상을 준다는 논문도 있고, 장시간 달려서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면 악성 흑색종이 더 많이 생긴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장시간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을 무리하지 않고 완주한다면 건강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내 지론이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사람은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종목이라고 생각한다. 꾸준히 준비해서 천천히 완주한다면 또 다른 기쁨과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조대연 서울백병원 비뇨기과 전문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