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퇴임 후 아내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모습이 공개돼 '청백리'란 별칭을 얻었던 김능환(62) 전 대법관이 결국 대형로펌행을 결정했다. 김 전 대법관은 다음달 2일부터 법무법인 율촌에서 고문 변호사로 일할 예정이다.
김 전 대법관은 27일 전화통화에서 "공직을 마친 이후에도 삶을 살아가는 방법은 일정한 직업을 갖는 것이고, 제가 가질 수 있는 직업은 변호사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며 로펌행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대법관은 편의점에서 계속 일하지 않게 된 이유에 대해 "정해진 직업이 있어야 사람이 생각도 바로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된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전 대법관은 "나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변호사 자격이 있다. 지금까지 법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봤기 때문에 법을 떠난 세계는 잘 모르고, 할 수 있는 일이 변호사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위 법조인들의 퇴임 후 바람직한 처신에 대해서는 "말할 자격이 안 된다"며 언급을 피했다. 김 전 대법관은 대신 "내 생활철학은 처지와 상황에 맞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 내 처지에서는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선 내 선택을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편의점에서 집사람 일을 도와주면서 남은 인생을 살 수는 없었다"며 "내 일을 찾아가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평소 검소한 생활로 '청백리'로 불렸던 김 전 대법관은 지난 3월 선관위원장에서 물러난 후 수십 억원의 연봉이 보장되는 대형로펌행 대신 아내의 편의점에서 함께 일하면서 고위 법조인의 새로운 표상으로 떠올랐지만 다섯 달 만에 다른 법조인들과 비슷할 길을 걷게 됐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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