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채무조달 능력이 10월 중순쯤 바닥날 것이라며 그 이전에 의회가 국가부채 한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밝혔다.
루 장관은 이날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부채한도를 유지하며) 정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실시해온 특별조치들이 10월 중순쯤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가가 재정적 책임을 다하고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조속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부채한도 상향에 실패할 경우 미국은 정부에 들어오는 현금만 쓸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디폴트를 막으려면 사회보장 지출을 비롯한 재정지출을 전면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정부 예산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회보장 지출은 10월 16일과 23일에 예정돼 있다.
미국 의회는 2월 당시 16조4,000억달러(1경1,835조원)였던 국가부채 상한을 5월19일까지 한시적으로 해제했고, 시한이 만료되자 재무부는 연기금 적립을 임시 중단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채 증가 없이 2,600만달러(290조원)를 조달할 수 있는 특별조치를 시행해왔다. 현재 미국 국가부채 규모는 16조7,000억달러로 추정된다.
의회는 5주 간의 여름휴회를 마치고 다음달 9일 개회해 부채한도 증액 협상에 돌입한다. 그러나 여야의 입장 차가 커서 협상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공화당은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대신 재정지출, 특히 10월부터 본격 시행될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에 따른 지출을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백악관과 민주당은 부채한도를 높이는 것은 국가가 약속한 재정지출을 이행하기 위한 절차일 뿐이라며 조건부 협상은 없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여야의 극한 대결로 연방정부 디폴트 목전까지 갔던 2011년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당시 벼랑 끝 대치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사상 최초로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하는 등 미국 경제회복에 큰 장애가 됐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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