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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수능땐 이과ㆍ외고 유리… 일선 학교선 "아직 통합교육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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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수능땐 이과ㆍ외고 유리… 일선 학교선 "아직 통합교육 일러"

입력
2013.08.2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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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7일 발표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에 인문ㆍ자연계별 통합 수능안을 포함시킴으로써 계열구분 폐지 논의에 물꼬를 트이게 됐다. 1963년 제2차 교육과정에서 고교 문ㆍ이과 계열구분이 도입된 지 50년 만이다.

문ㆍ이과 통합안 이과, 외고에 유리

교육부가 3가지 수능 체제 개편 시안 중 문ㆍ이과 계열 통합 수능안을 내놓은 것은 통섭형 인재에 대한 시대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통합안은 수학 출제 난이도를 문과 수준으로 낮추고, 사회탐구ㆍ과학탐구 영역의 다양한 과목을 각각 통합한 공통사회와 융합과학을 신설, 수험생들을 계열구분 없이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채택되면 2017학년도부터 시행되지만 사회과목은 역사교과(동아시아사, 세계사)와 윤리교과(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를 포함하도록 교과서 개정이 필요해 2020학년도 수능부터 반영이 가능하다.

통합안은 문과생에게는 융합과학, 이과생에게는 공통사회에 대한 부담을 새로 떠안기지만 일반적으로 사회과목이 수월해 이과생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수학이 쉬워진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투스청솔 오종운 평가이사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 완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문과에서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모인 외고의 인기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외고 학생들에게 의대 입학의 문이 더 넓어지기 때문이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외고가 논술, 학생부, 수능성적 등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외고 입시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에서 문ㆍ이과 구분을 폐지하는 것은 융합형 교육 추세에 맞고 고교 교육과정에서 이미 구분이 사라진 만큼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사회와 과학교과의 수많은 과목들을 통합하면 학습부담도 가벼워진다.

그러나 오히려 사교육 의존도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김규일 고대사대부고 교사는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지면 대학들이 논술 등을 강화할 테고, 결국 사교육 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학원가에서는 벌써부터 새로 생기는 공통사회와 융합과학이 결국 사교육 수요를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또한 수학 학력 저하도 우려된다. 수능 수학이 문과 수준으로 치러지면 대학 자연계열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경우 고교에서 배우던 필수 과목들을 대학에서 이수해야 한다.

일선 학교에선 현행 유지 선호

일선 학교에서는 통합안이 교육현장과 괴리가 있어 현행 유지안이 혼선을 최소화하는 안이라고 보고 있다. 명목상 현행 교육과정에 문∙이과 구분이 없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이 여전히 문∙이과를 선택하고 계열별로 다른 시간표에 맞춰 수업을 듣는다. 교사와 교실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고교에서 가르치는 융합과학만 해도 한 명의 교사가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의 모든 내용을 가르쳐야 해서 부담이 상당하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는 "(융합과학을 가르칠) 전문성을 갖춘 교사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문ㆍ이과 통합이 흐름상 맞지만 교사 수급 등 선행돼야 할 과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현행 유지안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현행 유지안은 국어와 영어는 단일 시험으로 치르되 수학은 인문ㆍ자연계별로 출제범위를 구분해 인문계는 수학Ⅱ,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까지, 자연계는 미적분Ⅱ,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를 포함한다. 탐구 영역은 현행 수능과 마찬가지로 사회ㆍ과학ㆍ직업탐구로 구분해 영역 내에서 2과목을 택하도록 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 평가이사는 "입시제도 변화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절충안은 학습부담 가장 많아

현행 유지안과 통합안을 섞은 절충안은 국어와 영어는 단일시험, 수학은 공통과목과 선택과목(미적분Ⅱ,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 중 택1)으로 치러진다. 탐구영역은 계열에 따라 사탐ㆍ과탐에서 각 2과목을 선택하고 영역을 교차해 1과목을 추가 선택하도록 했다. 정부는 절충안이 수능제도 개편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면서도 융합형 인재를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입 취지와 반대로 양쪽 안의 단점만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문과생은 과탐 과목을, 이과생은 사탐 과목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추가 부담이 생긴다. 이만기 평가이사는 "문과생이 생명과학Ⅰ 등 전혀 생소한 과목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학습부담은 통합안보다 클 것"이라며 "정부가 검토 중인 3개안 중 사교육 유발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평가했다.

선택과목의 경우 확률과 통계 등 상대적으로 쉬운 과목에 몰리는 경향이 예상된다. 결국 학습부담은 부담대로 커지면서 통합형 교육은 한계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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