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과 학부모들은 27일 교육부가 발표한 수능체제 개편 시안 3가지 중 문ㆍ이과 계열 통합과 현행 수능을 절충하는 안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입시제도의 급격한 변화는 피하고 싶지만 융합형 교육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는 여론으로 해석된다.
한국일보가 이날 시안 3가지를 놓고 입시정보업체 하늘교육과 함께 전국의 학부모(150명)와 중학생(150명)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절충안'을 가장 선호한다는 응답은 32.3%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현행 수능 유지안'과 '문ㆍ이과 통합안'도 각각 29.7%, 21.7%의 선호도를 나타내 큰 차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시제도의 변화 자체에 불안감과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임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문ㆍ이과 통합에 대한 지지가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현행 유지안을 선택한 응답자는 29.7%(89명)으로 학생(37명∙24.7%)보다는 학부모(52명∙34.7%)의 지지가 높았다. 현행 수능을 유지하기 원하는 이유로 40.4%(36명)가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가장 적을 것 같아서'라고 응답했다. 이어 '수험생의 교과학업 부담이 가장 적을 것 같아서'(34.8%ㆍ31명), '학교 정규교육 체제와 일관성이 있어서'(20.2%ㆍ18명)라는 이유가 꼽혔다.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학부모들은 '혼란이 적을 것'(55.8%)이라는 이유가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학생들은 '교과학업 부담이 적을 것'(51.4%)이라는 이유를 가장 많이 들었다.
통합안을 선호하는 이들이 꼽은 이유는 '수험생의 교과학업 부담이 가장 적을 것 같아서'가 41.5%(27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수능시험 준비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는 게 나을 것 같아서'가 33.8%(22명), '융합인재 양성이라는 취지에 부합해서'가 23.1%(15명)로 나타났다. 융합인재 양성의 취지보다는 수학 과목이 쉬워지고 탐구영역이 각각 한 과목으로 통합되는 등 시험준비가 가벼워질 것이라는 기대에서 통합안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통합안이 수학 등 수능 준비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현장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민철 교육부 대입제도과장은 "통합안이 최종 채택되면 2017학년도부터는 기존의 사회ㆍ과학 교과를 통합한 '공통사회'와 '융합과학'만 배우더라도 수능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일선 학교 교사들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서울 상암고의 강대훈 과학부장은 "현재 융합과학을 가르치고 있지만 기존의 지구과학이나 화학 교사들이 단원을 나눠 가르치는 식"이라며 "통합안이 채택되면 이를 가르쳐야 할 준비가 되지 않은 학교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응답자 중 가장 많은 32.3%(97명)가 절충안을 지지한 것은 융합교육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지만 입시 변화로 인한 혼선을 피하고 싶다는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절충안을 선호한 이들이 꼽은 이유는 '혼란을 줄이면서 융합인재 양성에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서'가 가장 많았다(35.1%ㆍ71명). 그 다음으로는 '수험생의 교과학업 부담이 가장 적을 것 같아서'(34.2%ㆍ69명), '수능 시험 준비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는 게 나을 것 같아서'(26.2%ㆍ53명)가 뒤를 이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현 입시정책이 변해야 한다는 혹은 새 정부가 출범됐으니 변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대폭 보다는 소폭 변화가 있는 절충안을 가장 많이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눈에 띄는 점은 선호 안을 택하는 데 사교육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각각의 안을 선호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사교육 부담이 적을 것 같아서'는 1.5%(절충안)~4.5%(현행안ㆍ통합안)로 가장 낮게 나왔다. 임 대표는 "결국 어떤 안이 되더라도 사교육은 필요하리라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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