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LG-넥센전이 열린 잠실구장. 달콤한 이틀, 사흘 휴식을 취하고 나온 LG 선수들은 몸이 근질근질한 듯 서둘러 훈련에 임했다. 껄끄러운 상대인 넥센과의 2연전을 앞두고 있지만 개의치 않았다. 반면 넥센 선수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심재학 작전코치는 "LG만 만나면 선수들의 몸이 가벼워 보인다"고 말했다. 야구에서 징크스는 무시할 수 없다. 프리메라리가의 앙숙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혈투에 빗대어'엘넥라시코'로 이름 붙여졌지만 사실 넥센에 유독 약한 LG의 징크스에서 비롯된 셈이다.
삼성과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지만 이날 전까지 5승8패로 유일하게 상대 전적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넥센전 징크스를 깨는 게 중요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는 팀이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귀신에 홀린 듯 LG는 또 다시 넥센 앞에 무릎을 꿇었다.
넥센은 1-0으로 승리, LG에 시즌 두 번째 영봉패를 안기며 4강 티켓을 향해 전진했다. 특히 이날 승리로 넥센은 올 시즌 LG전 9승5패를 기록, 남은 2경기 맞대결 결과와 상관 없이 3년 연속 우위를 확보했다. 넥센은 히어로즈가 창단한 2008년 LG에 11승7패, 2009년 11승8패로 앞섰다. 2010년에 9승10패로 박빙 열세를 보였다가 2011년 다시 12승7패, 지난해엔 13승6패로 압도했다.
이날도 LG는 넥센보다 2개 많은 7안타를 쳤지만 이상할 만큼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1회말 톱타자 박용택이 2루타를 치고 나갔지만 4번 정의윤이 병살타로 맥을 끊었고, 4회말 무사 1루에서는 6번 이병규(7번)의 좌전안타성 타구가 상대 호수비에 걸려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6회말 1사 후에는 5번 이병규의 좌월 2루타성 타구가 다시 넥센 좌익수 장기영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넥센 선발 나이트는 7이닝 5안타 4볼넷 6삼진 무실점 역투로 2년 연속 두 자리 수 승을 달성했고, 8회말 2사 후 나간 마무리 손승락은 시즌 32세이브로 LG 봉중근(30세이브)과 격차를 2개로 벌렸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경기 후 "나이트가 에이스답게 좋은 피칭을 해 줬다. 야수들의 호수비가 오늘 지키는 야구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는 삼성이 9회말 터진 9번 김상수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NC에 2-1로 역전승을 거두고 2위 LG와 승차를 1.5경기로 벌렸다. SK는 인천에서 한화를 3-0으로 제압, 지난 5월21일 이후 98일 만에 5할 승률(48승2무48패)에 복귀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한 희망을 이어갔다. 5위 롯데도 광주에서 KIA를 7-2로 꺾고 넥센과 2경기 승차를 유지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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