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제도가 또 바뀐다. 교육부는 선택형 수능 폐지, 문ㆍ이과 구분 폐지 검토, 한국사 수능 필수 채택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입제도 발전 방안을 어제 발표했다. 하나하나가 수험생을 비롯해 학교 현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내용들이다.
개편안을 보고 드는 생각은 교육당국이 충분한 연구나 고민 없이 대입제도에 너무 자주 손을 대지 않느냐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언어ㆍ수리ㆍ영어 시험을 난이도에 따라 AㆍB형으로 나눠 치르도록 한 선택형 수능제도다. 이 제도는 올해 수능에서 처음 시행된다. 그러고는 내년에는 곧바로 사라질 운명이다. 그 동안 여기에 맞춰 공부해온 고교생들은 황당하다 못해 분노가 치밀 수밖에 없다. 교육당국은 현행 제도에 문제가 많아 혼란을 감수하고라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렇다면 그런 제도를 왜 도입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선택형 수능이 학습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성과에 급급한 교육부는 그대로 밀어붙였다. 그런 교육부가 정권이 달라지고 장관이 바뀌었다고 해서 사과 한 마디 없이 핵심 정책을 바꾼다니 어이가 없다. 수험생과 학부모를 시험용 동물 정도로 여기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능 계열별 폐지안도 얼마나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쳤는지 의문이다. 학생들의 편식공부를 막고 현재 보편적인 학문적 흐름이 융합인재 양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취지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교육을 조장하며, 외국어고와 자사고에 유리하다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ㆍ이과 구분 폐지는 단순히 수능의 문제가 아니라 50여 년 동안 유지돼온 고교의 문과, 이과 분반을 없애는 것이다. 초중고 교육제도 전반을 뒤흔드는 중요한 사안을 불과 몇 개월 검토 끝에 덜렁 내놓는 것은 무책임한 짓이다. 교육부도 이를 최우선 검토대상으로 정했다가 막판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일단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당초 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에 포함시키는데 반대했던 교육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입장을 바꾼 것은 입시제도가 정권에 따라 춤추는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대입제도는 크게 16차례 바뀌었다. 세부적 변경까지 따지면 수십 차례나 된다. 교육정책을 정권의 치적 쌓기 대상으로 여겨온 결과다. 졸속 정책에 책임을 지우기 위해 대입제도 장관실명제 도입을 검토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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