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엘리어트' 리홀 원작 '3년 전 연출 때보다' 코미디적인 요소 강조주인공 올리버 등 배우 교체 이 감독과 오래 호흡 맞춘 극단 차이무 단원들 출연40분 길어진 공연시간 인물들의 작품 소개 장면 등 빠졌던 에피소드 추가도
탄광촌 소년이 발레 댄서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원작이 희곡이다. 작가는 영국인 리홀. 그의 또다른 희곡 '광부 화가들'은 2010년 한국 초연 당시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에 선정됐고 관객들로부터 재연 요청이 많았다. 이 작품을 당시 연출과 번역을 맡았던 이상우씨가 내달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 다시 올린다. "나는 왜 이런 작품을 못썼을까"하고 질투를 느꼈다던 연출가 이씨. 3년 만의 재공연에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덜었을까.
'광부 화가들'은 '빌리 엘리어트'와 마찬가지로 탄광촌이 배경이다. 영국 정부의 공교육 확대 정책에 힘입어 간신히 대학에서 예술을 공부할 수 있었던 탄광촌 출신 작가 리 홀은 발레에 눈을 뜬 소년(빌리 엘리어트) 대신 탄가루를 마시며 붓을 쥔 초보 화가들을 무대로 올린다. 줄거리는 실제 1930~40년대 미술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았던 영국 애싱턴지역 광부 화가들 이야기에서 비롯한다. 광부들이 그림을 배워가며 광부와 화가의 기로에서 정체성을 고민하는 장면들은 '예술은 특정계급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번역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주인공 올리버 역(강신일)을 비롯해 배우들은 대부분 바뀌었다. 연출가 이씨는 자신이 이끄는 극단 차이무 단원들을 대거 무대로 불러 들였다. 그는 "지난 공연 출연진보다 이번 배우들과 함께한 시간이 많아서 호흡이 상대적으로 잘 맞고 단점도 더 잘 보인다"고 말한다. 연출가의 의도를 잘 읽어내는 배우들이 더 좋은 앙상블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로 읽힌다.
극의 전개는 초연 때보다 더욱 유머러스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러 사회적 메시지를 '돌직구'로 던지는 대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부드럽게 풀어가며 코미디적인 요소를 강조한다는 게 연출의 입장이다. 이씨는 "개인적인 변화이긴 하지만 한 10여 년 전부터 코미디가 강조된 극의 흐름을 중시하고 있다" 며 "사회적 메시지를 너무 내세우면 자칫 선언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극의 메시지를 읽기 위해 조심조심하며 관람해야 했다면 이젠 편안하게 극을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공연 분량도 많이 늘어났다. 2010년 당시엔 휴식 시간을 포함해 2시간 남짓이었지만 이번엔 2시간 40분이다. 빠졌던 에피소드를 추가하는 등 예전과 다른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극중 인물들이 미술 작품을 소개하고 관객에게 설명하는 부분이 예전보다 충실하게 들어갔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이씨는 "초연에선 공연 시간 2시간에 맞추느라 놓치는 게 있을까 걱정하면서 조금은 강박적으로 일을 했다"며 "(이번 공연에선) 작품을 더욱 잘 알게 되어 관객을 끌어 가는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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