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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TV왕국 소니의 부활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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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TV왕국 소니의 부활 신호탄

입력
2013.08.2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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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일본 소니가 55인치 초고해상도 UHD(울트라 HD) TV를 4,999달러(560만원)에 판매한다는 계획을 내놓자, 세계 TV업계는 크게 술렁거렸다. 하나는 작은 크기 때문에, 다른 하나는 낮은 가격 때문이었다.

LG전자가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내놓은 UHD TV는 84인치였고, 삼성전자가 올 초 선보인 제품도 85인치였다. 이런 상황에서 소니가 55인치를 내놓았으니 업계가 놀라는 건 당연했다. 게다가 85인치 제품이 4,000만원 대의 초고가였던 것을 감안하면, 소니의 가격은 가히 파격적이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소니는 전 세계 TV시장의 독보적 1위였다. 하지만 다른 일본 전자업체들이 그렇듯, 글로벌 트랜드 변화 타이밍을 놓친 결과 정상의 자리를 삼성전자에 내주고 말았다. 여기에 일본 내수 경기 침체의 악재까지 겹쳐 소니는 TV사업 부문에서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적자를 냈다. 32년 만에 처음으로 주가가 1,000엔대 밑으로 떨어졌고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굴욕까지 맛봐야 했다. CEO도 교체됐다.

LCD TV에서 삼성전자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소니는 결국 UHD TV에 모든 것을 걸었다. 차세대 방송기술협의회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유지상 광운대 교수는 "UHD TV가 기술적으로 풀HD TV(200만 화소)보다 네 배 이상 선명한 화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70인치 이상은 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소니는 크기를 줄여도 충분히 화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소니의 선택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7일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UHD TV 매출액(4억9,000만달러) 점유율에서 소니는 1위(37.8%)를 차지했다. 2위 LG전자(14.2%), 3위 중국 하이센스(10.8%) 등을 3배 가까운 차이로 압도하고 있다. TV시장 전체 1위 삼성전자는 7위(4.0%)에 머물렀다.

물론 UHD TV 시장은 이제 겨우 싹을 틔우기 수준. 하지만 그 규모가 곧바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93만대인 시장 규모가 연 평균 47% 성장률을 기록하며 2016년에는 987만대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올해 전체 TV 출하량 2억3,510만대 중 UHD TV 비중은 1.1%에 불과하지만 3년 후에는 12.5%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확실히 소니는 UHD TV에 자신감을 갖는 분위기다. 카메라 등 영상장비 시장에서 글로벌 우위를 점하고 있는 데다, 소니픽처스나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같은 충분한 콘텐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UHD 방송 자체가 없기 때문에 TV를 사더라도 풀 HD급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다만 소니는 자체 보유한 영화 콘텐츠 등을 UHD용으로 바꿔 TV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등 UHD활용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UHD TV 보급률이 높아지고 관련 시장이 커질수록 소니는 유리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으며, 소니는 이 점 때문에 파격적 가격 정책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본 공영방송인 NHK는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UHD공중파 실험방송을 마친 데 이어 내년 브라질 월드컵부터 실제 방송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운 상황. 당초 방송 시점으로 잡았던 2016년 보다 2년이나 앞당겨진 것으로 NHK는 2020년까지 일본 전역에 UHD방송을 내보낼 계획이어서, 소니의 판매 여건은 더욱 좋아진 셈이다.

삼성, LG도 세계 1,2위 수성을 위해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UHD TV 시장 자체도 중요하지만, 소니의 1등 복귀 플랜이 보다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삼성, LG는 지난달 나란히 65인치, 55인치 제품을 출시했다. LG전자는 내년 30인치 제품도 선보일 예정. LG전자 관계자는 "라인 업 확대와 가격 조정을 통해 프리미엄 제품과 대중형 제품의 투 트랙 전략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TV 자체뿐만 아니라 방송 장비 확보, 콘텐츠 개발 등 큰 그림 안에서 TV업계, 정부, 방송사가 긴밀히 협력해야만 HD시장에서 우위를 UHD시장에서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UHD TV(Ultra High Definition)

=UHD TV는 동영상 기준으로 화질이 830만 화소 이상인 TV를 뜻한다. 풀HD TV(200만 화소)보다 화질이 네 배 이상 또렷하기 때문에 3D용 안경을 쓰지 않고도 3D 방송을 보는 듯한 체험이 가능하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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