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고/8월 28일] 저출산과 고령화 해법을 찾아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8월 28일] 저출산과 고령화 해법을 찾아서

입력
2013.08.27 12:01
0 0

요즘 '아빠! 어디가?'라는 제목의 일요일 저녁 TV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이 평소에는 바빠서 얼굴도 보기 힘든 아빠들과 함께 1박 2일 동안 함께 여행하면서 보다 친밀해지는 과정과 함께 아이들의 천진무구한 언행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이 인기의 비결인 것 같다. 여행지는 주로 숲과 갯벌 등 자연체험을 할 수 있는 지역과 시골마을 등이다. 통계인 이라는 직업의식의 발로인지는 몰라도 이들이 방문하는 시골에는 출연하는 어린이와 같은 또래의 아이들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 눈길이 가곤 했다. 혹시 그 마을도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마을이 아닐까 싶어서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는 읍내에 있는 초등학교만 해도 콩나물 시루 같은 교실에서 오전과 오후로 나눠 2부제 수업을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정도로 아이들이 많았다. 빽빽한 교실에서 어느 동남아국가의 인구밀도와 가난의 상관관계를 배우고 맬더스의 인구론을 접했을 때는 인구 폭증으로 지구가 멸망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불과 수십 년 만에 최저 출산국으로 변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현재의 인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대체출산율인 2.1명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방치하면 인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늦추거나 기피하는 현상이 낮은 출산율의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통계청의 '2012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20∼30대 남녀 3만7,000명 중 48.1%가 '결혼을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극심한 취업난과 불안정한 일자리, 높은 결혼 비용 등 젊은이들의 앞에 놓인 삶의 무게로 인해 스스로 가족구성을 포기하거나 미루게 된 것이다. 젊은이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이른바 '삼포세대'라는 자조 속에서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이들도 가족을 구성한다는 것과 육아의 즐거움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의무가 기성세대에게는 있다.

장수와 고령화 문제로 눈을 돌리면 한 케이블 방송국에서 방영하고 있는 '꽃보다 할배'라는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온다. 평균 나이 76세의 할아버지 배우들이 유럽 배낭여행을 하면서 겪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다루고 있어 인기다. 아직까지 현역에서 열심히 활동 중인 출연 배우들을 보면 소설가 고 박완서 선생이 말한 요즘 사람 나이를 옛날 사람과 똑같이 쳐서는 안 된다며 '살아온 햇수에 0.7을 곱하는 게 제 나이다'고 한 얘기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장수가 축복은 아니다. 할인된 나이에 걸맞게 우리 사회의 노년층이 건강하게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노인 복지 및 일자리 창출을 포함한 정책적 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부산에서 26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제27차 세계인구총회를 앞두고 통계청은 국제인구과학연맹(IUSSP)과 공동으로 장수, 핵가족화, 저출산 등을 주제로 23, 24일 양일간 사전 컨퍼런스를 개최하였다. 회의에서 필자와 대담을 나눈 세계적인 인구학자인 존 윌모스 유엔 인구처장은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은 2100년이 되면 기대수명이 95.5세에 이르는 세계최장수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령화를 염두에 두고 복지정책을 정비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30년 후에는 한국사회에 재앙이 도래할 것"이라며 이민정책 완화 등 해법을 제시했다. 컨퍼런스에서 나온 국내외 석학들의 인구문제 진단과 대안 제시에 정책담당자를 포함해 우리 사회 모두가 귀를 기울이고 더 늦지 않게 정책 개발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야 할 때이다.

박형수 통계청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