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대화 분위기 조성에서 대야 압박으로 방향을 틀었다. '민생 5자 회담' 방침을 밝힌 청와대에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고 나선 것이다.
당 지도부는 27일 일제히 민주당을 성토하고 나섰다. 황우여 대표는 이날 당 소속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여야간에 충분한 토의와 협상을 통한 결론이 없는 상태로 대통령과 무슨 일을 한다는 건 어렵다"며 민주당의 단독회담 제안을 비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대로 가다간 결산은 졸속ㆍ부실심사가 되고 정기국회까지 차질을 빚게 생겼다"며 민주당의 결산국회 참여를 촉구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의 국회 방치는 민생 방치이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압박했고,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행태는 주국야광(晝國夜廣ㆍ낮에는 국회, 밤에는 광장)이 아니라 주태야숙(晝怠夜宿ㆍ낮에는 태업, 밤에는 노숙)"이라고 비꼬았다.
새누리당은 특히 민주당이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민생 관련 대화 제의를 거부한 것을 두고는 비판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박근혜 정부가 민생 챙기기를 하지 못하도록 몽니를 부리겠다는 속내가 아닌지 개탄스럽다"고 비난했다.
새누리당의 강공모드는 전날 박 대통령이 "국정원 문제와 무관하다"고 강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3자회동 과정에서 국정원 개혁 문제도 테이블에 올릴 수 있음을 내비치며 민주당을 설득해온 논리가 무색해지면서 '민생 대 정쟁' 구도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대척점에서 서면서 중재자로서의 입지가 크게 줄어든 탓도 크다.
새누리당은 이날 홍문종 사무총장과 초선의원들이 잇따라 서울광장에 마련된 민주당 천막당사를 찾아 국회 복귀를 설득했지만 별무소득이었다. 한 핵심당직자는 "민주당이 청와대만 상대하려고 하니 우리가 뭔가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없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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