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봉준호 감독은 충무로의 소문난 단짝이다. 서로의 기획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시나리오에 대한 평가도 주고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국열차'의 제작을 박찬욱 감독이 설립한 모호픽쳐스가 맡는다고 했을 때 영화인들 대부분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친교는 김지운 최동훈 류승완 감독 등 충무로의 간판 감독으로까지 촘촘히 이어져있다.
둘의 인연은 20년 가까이 됐다. 1990년대 초반 봉 감독의 첫 단편 영화 '백색인'을 보고 "충격을 받은" 박 감독이 봉 감독의 연락처를 찾으면서다. 박 감독은 자신이 준비 중이던 영화 '부자유친'의 시나리오를 맡길 생각이었다. "지금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지 않는데 봉 감독은 예외였다"고 박 감독은 말했다. 당시 영화아카데미 졸업을 앞두고 있던 봉 감독은 그렇게 생애 처음으로 영화계 일자리를 얻었다.
'부자유친'은 제작자였던 이준익('왕의 남자') 감독이 마음을 바꾸면서 이무영 감독에 의해 '휴머니스트'로 만들어졌다. 박찬욱 감독에 봉준호 시나리오라는 꿈의 프로젝트는 무산됐으나 인연은 이어졌다.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의 처참한 흥행 실패를 겪은 봉 감독에게 박 감독은 든든한 후원자였다. '살인의 추억'에 송강호를 캐스팅하는데도 박 감독의 힘이 컸다. "(송)강호형은 대스타인데 나는 데뷔작부터 망한 감독이었다. 그런데 박 감독님이 강호형에게 나쁜 감독 아니다 좋은 감독이니 시나리오 잘 읽어보라는 식으로 큰 도움을 줬다"(봉 감독).
두 사람의 친교는 스크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봉 감독은 박 감독의 연출부 출신인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형사로, 역시 박 감독의 제자인 이경미 감독의 '미쓰 홍당무'에선 영어학원 수강생으로 우정 출연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