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가 24년만에 대학입시 필수과목으로 부활한다. 학생들의 역사인식을 강화하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평가와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이 열렸다는 반응이 엇갈린다.
교육부는 27일 공개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에서 2017학년도 수능부터 한국사를 사회탐구 영역에서 분리, 필수과목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출제 경향 등 세부적인 내용은 내년 상반기 중 공개할 예정이다. 2015학년도부터 수시모집에서 수능 성적을 반영하지 않으면 학생부의 한국사 성적을 반영하는 방법을 권장하기로 했다.
한국사의 수능 채택은 청소년들의 역사 인식 수준이 낮다는 우려와 함께 공론화되기 시작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수능으로 딱 들어가면 깨끗하게 끝나는 일"이라고 언급하며 갑작스럽게 유력해졌다. 한국 홍보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광복절을 맞아 주최한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선정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에 윤종신 등 유명 연예인이 참여하면서 대중의 관심도 모았다.
역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한국사 수능 필수가 이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주장해 왔다. 한국사는 1993학년도 학력고사를 마지막으로 필수과목에서 제외됐다. 현재 선택형 수능 체제에서 한국사를 선택하는 비율은 해마다 떨어져 2013학년도 전체 수험생의 7.1%만이 한국사에 응시했다. 자연히 학교 교육에서도 한국사의 비중은 낮아져 고교 이과계열에선 1학년 때만 배우는 과목 정도로 축소됐다.
그러나 사회ㆍ지리ㆍ도덕 등 다른 사회교과 교사들은 수업시수가 축소될 것을 우려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서울 양정고 이두형 교사(한국사)는 "한국사 수업시수를 늘려야 할 텐데 과연 그것을 어느 교과에서 가져올 것이냐를 두고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또 하나의 사교육 시장만 형성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수능 필수과목 지정을 만능으로 보는 정부의 인식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허은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한국사의 어떤 내용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 없이 단지 수능 시험과목으로만 정하면 학생들의 역사인식이 바로 설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