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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변해야 산다] <상> 장기적 안목을 갖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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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변해야 산다] <상> 장기적 안목을 갖춰라

입력
2013.08.2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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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4대 금융그룹의 실적은 초라했다. 총 순이익은 2조5,262억원으로, 5조1,133억원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반토막 났다. 저금리 기조로 이자수익이 높지 않은데다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대출수요도 크지 않았고, 무엇보다 장기간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구조조정 기업들에 대한 추가 지원이나 대손충당금 적립이 악영향을 미쳤다. 하반기 역시 대외 환경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낮아 올해 순익은 총 5조원대에 머물 전망이다.

금융은 실물의 지원 역할을 하는 만큼, 실물 경기가 좋지 않으면 은행의 실적도 나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지적해 왔듯이 우리나라 금융산업도 영역을 다양화하고 세계를 상대로 무대를 넓힌다면 국내 예대마진에만 매달리는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국내 금융회사 중에서 아직까지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아직 탄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금융인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 하지만 국내 금융산업을 이미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에만 머물게 하는 여러 가지 제도적ㆍ관행적 제약이 고쳐지지 않고 있는 점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근시안적 금융 규제부터 풀어야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산업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체 자산 중 과도한 은행 비중을 줄이고 ▦해외에 적극 진출하며 ▦금융 전문인력을 양성하여 ▦이자수익 외 신규 수익원을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는 그렇게 많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금융그룹의 자산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하나금융 90.7%를 비롯해 KB금융 90.4%, 우리금융 88.0%, 신한금융 78.3%에 이른다. 영업이익 역시 비슷한 비율로 은행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부분 이자 수익이 차지하고 있다.

해외 진출도 제조업에 비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9년 322개였던 해외 지점 수는 올해 상반기까지 363개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것도 대부분 아시아 지역에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지점을 내는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 현지의 금융기관을 인수해 현지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적극적 시도는 아직 일부 분야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이 금융산업 혁신이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금융산업의 속성상 단기적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장기적 안목이 꼭 필요한데, 금융당국의 규제가 지나치게 근시안적이기 때문에 장기투자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물론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소홀히 할 경우 엄청난 피해자가 발생하는 만큼, 당국의 규제는 필수불가결하다. 하지만 위기 시 한꺼번에 쏟아졌던 규제가 위기 상황이 지났는데도 해제되지 않거나,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활동마저 위축시키는 규제는 시급히 고쳐져야 한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규제를 도입해 놓고, 이로 인해 늘어나는 금융사의 비용은 보전하지 못하도록 막는 등 앞뒤 안 맞는 규제가 감독당국의 '창구지도'로 나온다"면서 "불합리한 규제 때문에 수익구조가 나빠지면 금융회사의 경영이 악화되고, 그러면 꼭 필요한 규제를 못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인 리더십도 금융사 혁신의 전제조건

국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가 허약해 5~10년 이상 장기간을 내다보고 방향을 설정해 나아가는 리더십이 형성되기 어렵다는 점도 글로벌 금융회사 출현의 걸림돌 중 하나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해외 진출이나 전문인력 양성 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꾸준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안정적인 리더십 아래서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진출의 경우 철저한 사전 준비기간을 갖고 목표를 세운 후, 초기 몇 년은 적자가 나더라도 현지 책임자를 소환ㆍ문책하기 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인프라를 구축하라는 식으로 밀어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자체가 짧고 자주 교체되는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조직은 단기 실적을 중시하게 되므로 이 같은 중장기 계획과 혁신이 불가능하다.

CEO의 강력한 리더십 속에 금융당국의 규제 합리화가 이뤄지면 해외 진출 등에서 국내 금융산업이 길을 찾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산업실장은 앞으로 수년 간 경제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는 아시아ㆍ신흥시장에서 우리 금융회사들이 좋은 현지 금융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으로 봤다. 권 실장은 "리스크도 있고 실패도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제조업도 무수한 위기를 넘기면서 성장했듯 금융산업도 작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더 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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