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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 더 세게 잡는다고 육사생도 일탈 줄어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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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 더 세게 잡는다고 육사생도 일탈 줄어들까

입력
2013.08.2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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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성폭행과 미성년자 성매매 등 잇따른 생도들의 일탈 행위로 파문을 일으킨 육군사관학교가 26일 규율 강화를 골자로 한 자구책을 내놨다. 그러나 시대 흐름에 어긋나는 통제 강화는 실효성이 적고 일탈을 음성화하거나, 길게 보면 오히려 지휘관 양성에 한계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육사가 발표한 '육사 제도ㆍ문화 혁신'추진 방안은 온통 규제 일변도다. 음주 승인권자 계급을 훈육관이나 학과장 등 영관급에서 학교장(소장 또는 중장)으로 높인 게 대표적이다. 2000년대 들면서 느슨해지던 음주 규제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육사는 이와 함께 훈육장교(대위)를 1명에서 2명으로 늘려 생도 훈육도 더 세게 하기로 했다. 군인다운 품성을 길러주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생도 간 이성교제 범위와 행동 지침도 규정했다. 1학년 생도는 연애를 금지하고 같은 중대 생도 간에는 사귀지 못하도록 했다. 중대장ㆍ소대장ㆍ분대장 생도는 서로 교제할 수 없고 생도와 교내에서 근무하는 장병, 군무원끼리의 연애도 허용되지 않는다. 아울러 생도들의 군사 훈련 및 체력 단련 기준도 더 높아졌다.

육사가 이런 규제 일색의 혁신안을 마련한 데에는 일탈의 원인을 기강 해이로 보는 군 내부의 시각이 작용했다. 풀어줬던 나사를 다시 조이면 더 이상 사건ㆍ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육사 관계자는 "음주 통제 기준 완화 등 느슨해진 분위기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생긴 만큼, 각종 제도를 강력히 시행하면 군인 자질이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군이 생도 일탈의 근본적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한 바람에 현실과 동떨어진 결론을 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육사는 지난 5월 생도 간 성폭행이 발생한 뒤 민간 출신 전문가까지 포함시킨 '육사 제도ㆍ문화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책을 강구해 왔다. 고성균(육군 소장) 육사 교장은 "육사를 졸업한 동문 7,000여명에게 혁신안에 대한 설문서를 보내 2,250명으로부터 응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TF에 참여한 한 민간 전문가는 "TF가 꾸려진 뒤 지금까지 7월에 육사를 한 번 방문해 2시간 면담을 한 게 한 일의 거의 전부"라며 "당연히 심도 깊은 논의가 불가능했다"고 털어놨다. 한 국책 연구기관 소속 연구위원은 "육사가 공개한 혁신안은 과거와 다른 요즘 생도들의 사고 방식과 가치관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지 전혀 고민이 없다"며 "군기 잡기는 과거로의 회귀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시대 변화를 반영하고 육사 안팎의 의견을 두루 수렴해 규율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커온 세대에게 엄격한 규율만 강요할 경우 생도들이 음성적으로 음주나 연애를 즐기다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병조 국방대 교수는 "육사 시절 억압 받던 생도는 임관한 뒤 확 풀어질 개연성이 크다"며 "초임장교가 저지르는 사고는 상당수 잘못된 생도 훈육 탓"이라고 말했다. 또한 강압적 규율은 오히려 자기 통제력을 키우지 못하는 교육방식이라는 지적도 많다. 한국국방연구원의 한 박사는 "이건 안 된다는 식의 규율 강요로는 결코 생도의 자기 통제 능력을 제대로 키울 수 없다"며 "외부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생도만 길러질 뿐"이라고 꼬집었다. 김병조 교수는 "생도가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까라면 까라'는 식의 규율 강요론 그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생도도 군인이기 전에 '제복을 입은 시민'인 만큼 사관학교의 규제 등이 시대 분위기를 반영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익명을 원한 인권 분야 전문가는 "군대도 사회에 속한 조직인 만큼 올바른 시민 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군사관학교의 경우 생도 간 결혼은 불가하지만 4학년 2학기에 한해 약혼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캐나다의 사관학교에서는 생도들이 학교 밖에서 살 수 있고 결혼도 가능하다. 군인이라기보다는 일반 시민으로 간주되는 독일 사관학교의 생도는 군복을 입지 않는다. 미국의 육사인 웨스트포인트는 '연애로'라는 별명의 오솔길이 있을 정도로 연애를 사실상 허용한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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