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 제안에 대해 "정국경색을 외면한다는 비난을 피해 가기 위한 정치적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불쾌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밝힌 대목에 대해서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김관영 대변인은 "도움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안받았다고 하면 그만이냐.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검찰수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안이한 상황인식"이라고 성토했다.
민주당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민생관련'여야 5자회담 개최 제안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하지만 '민생문제 외면'이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회담 방식과 의제를 수정제안하면서 공을 청와대에 다시 넘겼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과 야당대표가 만나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논하는 자리에서 민생 의제도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며 '양자회담'과 국정원 의제가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으로서는 박 대통령이 제안한 '민생 회동'을 거부한 것 자체가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속내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회담의 형식에 관한 어떤 제안도 없었기에 공식적으로 오면 그때 수락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는 대변인 발언도 이런 우려를 감안한 조심스런 접근으로 보인다. 당 공식입장에서 '회담거부'나 '수용 불가'를 언급하지 않은 점도 불씨를 살려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회담의 주체를 두고서도 민주당은 유연한 접근을 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당초 5자회담을 사양한 뒤 대안으로 3자회담이 거론되자 '형식에 구애됨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쳐 사실상 3자회담에 응하겠다는 기류다. 당 핵심관계자는 "한참 전에 여당측이 3자회담을 한 뒤 별도의 양자회동을 보장하는 방식을 제안한바 있지만 분명히 거부한바 있다. 이 방안이 다시 거론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오늘 우리가 국정원 문제를 함께 민생과 함께 논하자고 불씨를 살려준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박 대통령이 민생회동을 제안한 지 약 4시간 만에 공식입장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의 발안이 알려진 직후 "진의를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박 대통령 발언의 진의 파악뿐 아니라 민주당의 공식입장을 정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입장발표가 그만큼 늦어졌다는 분석이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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