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6일 양건 감사원장 사퇴에 대해 "유감"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며 '외풍'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날까지 양 원장의 사퇴 문제에 대해 말을 아꼈던 청와대는 이날 양 원장이 퇴임사에서 감사원의 독립성과 외풍 문제까지 언급하자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새 정부에서는 양 감사원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유임을 결정했지만, 자신의 결단으로 스스로 사퇴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 원장이 올 4월 기자 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유임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을 염두에 두면서 자진 사퇴를 강조한 것이다. 여기엔 "임기를 보장하는 차원에 유임을 해줬는데, 이제 와서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강한 불만도 담겨 있다.
실제 청와대는 전날까지 양 원장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했지만 불쾌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양 원장이 박근혜정부 대통령직인수위 자문위원 출신인 장훈 중앙대 교수의 감사위원 임명 건으로 청와대와 갈등을 빚어 사퇴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자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양 원장이 이명박정부 때 인수위 자문위원이었던 김인철 전 감사위원을 제청했다는 점에서 양 원장의 사퇴 이유가 표리부동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대선 캠프나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감사위원에 임명된 사례가 적지 않아 장 교수 건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청와대의 분위기였다.
그러나 대선 캠프 출신 인사를 감사위원에 임명하는 일부 관행 자체가 감사원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정부 때 대선캠프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던 은진수 변호사가 감사위원에 임명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임명 당시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는데, 실제 은 전 감사위원은 2011년 저축은행으로부터 감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구속됐다. 이는 개인 비리 차원 만이 아니라 청렴성이 생명인 감사원에도 치명타를 남겼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 인사가 감사위원으로 오는 것은 보은 차원이거나 아니면 감사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며 "감사원의 독립성을 해칠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과거의 비정상적 관행을 일소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운영의 원칙으로 삼고 있는 만큼 감사원 인사 문제도 전향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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