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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중재 역할은 안 하면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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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중재 역할은 안 하면서…" 비판

입력
2013.08.2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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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관심사였던 현대차 불법파견, 쌍용차 정리해고자 문제 등에 대해선 한번도 입장을 밝힌 적이 없었던 고용노동부가 현대자동차 노조에 파업 자제를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해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가 노사관계 중재와 조정의 역할은 포기한 채 사측을 대변하는 데만 앞장서 오히려 노사관계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하남 고용부 장관은 26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현대차 파업 기자브리핑'을 열고 "현대차 생산이 중단될 경우 수 많은 협력업체와 근로자들의 고통이 따르고, 국내 일자리 감소, 해외 이전 등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며 "국내 산업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파업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밝혔다. 방 장관은 3분 가량 발표문만 읽은 후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고 브리핑룸을 떠났다.

이날 방 장관의 브리핑은 여러모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 결렬로 20일부터 하루 4시간의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지만, 22일과 27일 교섭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긴급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철도 화물 항공 등 공공 부문이 아닌 개별 사업장의 파업에 대해 장관이 공식 브리핑을 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노사 자율 해결' 원칙을 강조해온 고용부의 기조와도 상반된다.

더구나 사측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담고 있는 방 장관의 발표에 노사 모두 떨떠름한 반응이다. 현대차 사측 관계자도 "노조 파업이 심각한 것도 아닌데 교섭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이런 발표를 뜬금없이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다.

"청와대 지시를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노사관계를 안정시키는 일은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 사안"이라며 "노사분규로 인한 손실을 미리 막고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잘 관리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사가 협력해 동반성장하는 문화를 성숙시키려면 정부가 법과 제도를 수호하고 믿을만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방 장관의 이날 브리핑은 우리 정부의 후진성을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정부는 그 동안 노사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지 않고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방관해왔다"며 "이번에는 개입할 시점도 아닌 때에 사측을 대변하는 듯한 입장을 발표해 오히려 의혹만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노사정위원회가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객관적 위치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노사 타협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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