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의 재판을 웨이보(微博)로 문자중계하며 이는 중국 법치의 역사적인 발전이라 자랑하고 있지만 실제론 사전 검열을 통해 민감한 내용은 삭제한 채 중계한 것이란 사실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
보 전 서기는 26일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이전에 내가 인정한 진술을 계속 증거로 제시하는데 그건 내 뜻과 다른 것이었다고 번복한 바 있다"며 "당시엔 당적과 정치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으로 그랬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미 밝힌 내용이며, 재판 기록에도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보 전 서기는 "재판부에 감사한다"며 곧 바로 다른 변론으로 이어갔다.
그러나 그 동안 웨이로로 문자 중계된 속기록 내용엔 보 전 서기가 이렇게 밝혔던 내용이 없다. 중국 당국이 보 전 서기 재판의 내용을 일부만 중계하고 있다는 주장이 확인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도 보 전 서기가 재판 첫날인 22일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조사 당시 뇌물 수수 혐의를 인정한 것은 가족에 대한 신변 위협 때문이라고 발언했다고 25일 전했다. 재판을 방청한 보 전 서기의 친구는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가 사형 판결을 받고, 미국에서 공부하는 아들 보과과(博瓜瓜)도 송환 조치될 것이라는 위협을 받았다고 보시라이가 진술했다"고 소개했다. 보 전 서기는 또 구금 기간 27차례나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도 문자로는 중계되지 않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26일 법원 소식통을 인용, 보 전 서기가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에 아내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5차례나 보냈다고 밝혔으나 공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자백 후 목숨을 유지한 경우와 맞서다 사형당한 공무원을 예로 들며 보 전 서기를 압박했다는 사실도 문자 중계에선 빠졌다고 전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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