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공단의 특화 서비스인 '노후설계서비스'를 다른 산하기관으로 이관하려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후설계서비스란 노후의 재무ㆍ건강ㆍ여가활동 등에 대한 상담 및 교육 서비스다.
복지부는 국민연금공단의 노후설계서비스는 재무상담에만 특화돼 있다며 앞으로는 일자리, 건강, 여가 등 종합적인 노후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만큼 다른 산하기관으로의 업무이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단은 다양한 노후설계서비스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된 만큼 이를 추진할 경우 예산이 낭비되고 옥상옥이 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논란은 지난 2월 복지부가 지자체의 노인 일자리사업을 평가하는 산하기관인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을 고령사회복지진흥원으로 전환하겠다며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법'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불거졌다. 이 법에서는 고령사회복지진흥원의 역할을'노후설계 프로그램 개발 등 노후생활준비 지원'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당정이 합의해 고령사회복지진흥원의 업무를 구체화한 후속 법안인'노후설계지원법'에서는 노후설계서비스를 재무ㆍ건강ㆍ여가ㆍ대인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연금공단은 이 법들이 통과될 경우 기관간 중복투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경우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정책위원장은 "공단은 2008년부터 노후설계서비스 전문인력을 251명이나 양성했다"며 "이들은 141개 지방센터에서 재무ㆍ건강ㆍ일ㆍ주거ㆍ대인ㆍ여가생활 등 6개 분야에서 종합적인 노후설계서비스를 해온 만큼 업무 이관은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공단 노조측은 노인인력개발원장 자리를 2011년부터 복지부의 실장(1급)들이 맡아온 점을 주목, 복지부의 개편 추진은'낙하산 인사'를 위한 산하조직 키우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중ㆍ장년층의 사회복지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한은퇴자협회도 지난 4월 "국민연금법에 따라 연금공단이 노후설계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인력개발원의 행정기능을 확대 개편할 이유나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복지부와 노인인력개발원은 이런 주장을 공단의 과민반응이라고 말한다. 복지부 고령사회정책과 관계자는 "고령사회복지진흥원은 노후설계서비스의 중앙센터(hub)기능만 할 뿐 실제 사업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공단 뿐 아니라 노후설계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방의 노인복지관이나 시니어클럽, 보건소 등의 업무를 평가하고 이들에게 제공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진흥원의 주 업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011년 사회보험공단의 징수업무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일원화되면서 700명의 직원이 건보공단으로 넘어가는 등 조직축소에 위기를 느낀 연금공단이 새로 개척하고 있는 '노후설계서비스'영역의 주도권마저 뺏길 것을 우려해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인인력개발원을 고령사회복지진흥원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2개 법안은 5월과 7월 국회에 제출돼 보건복지위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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