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 위해 시리아 다마스쿠스 지역에 접근하던 유엔 조사단이 의문의 저격수들에게 공격을 받았다고 26일 AP통신이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유엔 조사단과 현지 안내원 등이 탄 차량 7대가 다마스쿠스 서쪽 무아다미야 지역을 조사하려고 현장에 접근하던 중 첫 번째 차량이 저격수들로부터 수 차례에 걸쳐 총탄 공격을 받았다. 다마스쿠스 인근은 지난 21일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으로 300여명이 사망하는 등 최악의 참사가 발생한 지역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마틴 네시르키 유엔 대변인은 이날 "유엔 차량에 대한 피격은 반군과 정부군 장악 지역 사이의 완충 지대에서 일어났다"며 "저격수들이 여러 차례 의도적으로 조준해 조사단 차량을 공격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저격수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격으로 사상자는 없었다. 그러나 총격을 받은 차량으로는 운행할 수 없어 조사단 일부는 숙소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저격수의 공격은 유엔 조사단 일행이 숙소 호텔에서 출발한 지 수 시간 만에 발생했다. 조사단이 출발하기 약 한 시간 전에도 호텔에서 불과 700m 떨어진 곳에서 박격포 공격이 발생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시리아 정부는 유엔 조사단이 다마스쿠스 서부 모아다미예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테러리스트(반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유엔 조사단을 공격한 저격수들의 배후에 시리아 정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그 동안 유엔 조사단의 현장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으나 영국과 프랑스 등이 화학무기 공격의 배후로 시리아 정부를 지목하며 군사개입 의지를 밝히자 전날 돌연 유엔 조사단의 접근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시리아 정부가 지금껏 유엔 조사단의 입국을 거부하면서 시간을 벌어 자신들이 화학무기 공격의 배후로 의심될 만한 증거들을 이미 상당수 폐기하거나 없앴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참사 현장에 접근하던 유엔 조사단 차량에 대한 저격도 시리아 정부가 시간을 더 끌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AFP통신은 신경가스는 희생자들의 신체에 수 주 동안 남아 있어 추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을 이용해 전했다.
파르한 하크 유엔 대변인은 "분명 고의적인 공격이었다"며 "현장에 접근하는 유엔 조사단을 겁주기 위한 게 분명하다"고 BBC방송에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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