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성(性) 문란 사건으로 육군사관학교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 5월 교내에서 동료 여생도를 성폭행하는 충격적 사건이 있었고, 최근 태국에서 유흥업소 출입 사실이 적발된 데 이어 이번엔 미성년자 성매매가 발각되는 등 생도들의 일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인을 단지 생도 개인의 자질ㆍ도덕성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도가 지나쳐 육사 교육의 내용과 시스템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육사는 26일 사태수습과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 생도의 3금(금혼ㆍ금연ㆍ금주) 제도를 강화하고 교육체계를 개선하는 '육사 제도ㆍ문화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개선방안 역시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진단한 후 내놓은 처방이라기 보다 사태수습에 급급한 임기응변식 미봉책이라는 평가가 많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육사가 3금 제도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될 사안들을 발본색원하겠다는 행정편의주의 발상에 불과하다. 3금을 불문률로 하는 미국 웨스트포인트에서는 교내에서의 음주ㆍ흡연ㆍ성관계는 당연히 금지돼있지만 교외에서의 행동은 프라이버시로 간주해 자율성에 맡긴다. 하지만 교내와 교외를 구분하지 않는 육사는 종전에 훈육관과 지도교사에 음주승인권을 주던 것을 학교장으로 강화했을 뿐이다. 생도들의 의식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시대착오적 규율이다. 또 생도의 자질강화와 품성향상을 위해 훈육관을 늘리기로 했다지만, 훈육관이 부족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게 아니다.
문제는 생도들이 어떤 교육을 어떻게 체득해 자신의 역량을 높여가느냐에 있다. 훈육관의 숫자를 늘려 감시ㆍ감찰을 강화하는 등의 압박교육만 강요하면 결국 폐쇄적인 교육기관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이성교제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도 그렇다. 국경도 없다는 게 사랑인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금지령은 실효성이 있을 리 없다. 같은 중대 생도간의 이성교제를 강제로 막기 보다는 생도들이 명예와 품위를 지키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극기하고 자존심을 키워가는 등의 인성교육 강화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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